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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호흡으로 들려준 산조의 정수, ‘긴산조 협주곡’[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지난 9일에서 10일,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기획 공연 ‘긴산조 협주곡’이 펼쳐졌다. 이태백류 아쟁산조와 원장현류 대금산조 전바탕이 협주곡으로 초연된 무대로, 자신의 이름으로 산조를 만든 이태백 명인과 원장현 명인이 직접 협연하였다. 이전에 연주되던 보통의 산조 협주곡들은 12분 내외의 짧은 산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나, 산조의 원형, 정수라 불리는 긴산조를 국악관현악과 함께 협주곡으로 무대에 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산조는 19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기악 독주곡으로, 느린 장단으로부터 빠른 장단으로 연주하는 민속음악의 한 갈래다. 긴장과 이완의 대비 속에서 연주자의 기교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곡으로, 3∼6개의 장단으로 구성되며 반드시 장구 반주가 따른다. 이에 이번 무대에서도 고수 김태영과 고수 윤재영이 독주자들과 함께 자리하여 반주하였다. 또 이정호 작곡가와 김백찬 작곡가가 각각 ‘이태백류 아쟁산조’와 ‘원장현류 대금산조’ 협주곡을 맡아 위촉하여 서로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다. ‘이태백류 아쟁산조’는 이태백 명인이 스승 박종선 명인과 김일구 명인으로부터 배운 것을 모체로 자신만의 해석을 더 해 녹여낸 결과물이다. 각각의 아쟁 산조가 지닌 색채가 독특하고 절묘하게 어우러진다는 평가를 받는 이태백류 아쟁산조. 그 가락을 위해 만들어진 ‘이태백류 아쟁산조 협주곡’이 첫 무대로 열렸다. 화려한 타악기와 태평소 소리의 웅장함과 함께 관현악의 힘 있는 합주 안에서 진양조장단이 시작됐다. 이태백 명인의 애절하고도 힘 있는 선율에 맞추어 가야금과 거문고 등의 발현악기가 마치 장단으로 반주하듯 효과를 주었고, 다른 악기들도 아쟁 독주에 방해되지 않게 서서히 연주되기 시작했다. 악기군별로 나뉘어 관악기와 현악기가 각각 따로 연주된 구간이 특히 많았는데, 이를 통해 국악기의 특색있는 사운드를 다양하게 들을 수 있었다. 이태백 명인의 아쟁산조는 단정하고, 깔끔했다. 길게 음을 뻗어 내거나 농현을 할 때에 흔들리지 않는 활의 길이 명확했고, 그 안에서 공력이 묻어났다. 보통의 공연에서는 상대적으로 짧은산조가 더 많이 연주되기에 긴산조를 들어 볼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 무대에서는 익숙지 않은 아름다운 아쟁 선율을 다양하게, 그리고 길게 들을 수 있었다. 특히 긴산조에는 힘 있게 뻗어내고, 높은음을 연주하는 구간이 많았다. 이때 국악 관현악이 극적이고 다이내믹한 효과를 함께 반주해 주어 더 효과적이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계면조의 엇청(본청의 4도 위 음)이나 꺾는음 등이 도드라지는 진계면 구간에서의 관현악은 서정적인 베이스라인과 함께 감정적인 효과를 내는 데 일조했다. 또 반음계를 반복하거나, 상·하행 진행을 활용하여 음악을 발전시키고 극적으로 그려낸 구간이 많았다. 하지만 아쟁 산조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분위기만을 자아내, 산조의 틀을 잃지 않고 감상할 수 있었다. 아쟁산조 협주곡을 작곡한 이정호 작곡가는 작품의 구성에 대해 "서주와 각 장단 초반부는 초기 산조 협주곡 양식을 비중 있게 도입해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사운드를 만들었다”며, 산조를 방해하지 않고 산조 특유의 시김새와 호흡을 그대고 갈 수 있도록 산조의 배경처럼 받쳐주었다고 전했다. 아쟁 산조의 원형을 깨뜨리지 않고 산조 뒤의 배경이 되어주려는 작곡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높은 청에서 진계면으로 연주된 산조의 구간은 굉장히 애잔하고 마음이 미어지는 듯했다. 더 이상 울 힘도 없어 눈물도 나지 않고 헛헛한 신음만 나올 정도로 깊은 슬픔이 느껴지는 소리였다. 흐트러짐 없고 연륜이 묻어나는 깔끔한 아쟁 산조에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진양조는 대부분 계면조로 이루어졌지만, 중모리장단부터는 힘 있고 거침없는 평우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깔끔했고, 동시에 단단했다. 중중모리장단에 이르자 힘 있는 활의 길은 더욱 탄탄해졌고, 장단이 빨라져도 소리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견고했다. 급하지 않고 힘 있으면서도 평온한 여유가 이태백 명인의 연주에 묻어났다. 관객들은 숨죽여 그의 완성도 높은 연주와 풍성한 관현악에 숨을 멎은 채로 흠뻑 빠져 있다가, 푸는 가락에 이르러 탄성과 추임새를 내뱉었다. 흡입력 있고 빛나는 무대에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15분간의 휴식 후, 원장현류 대금산조 협주곡이 연주되었다. 원장현류 대금산조는 원장현 명인이 판소리와 여러 악기에 능통했던 한일섭 명인에게 구음으로 사사한 대금산조 가락을 자신만의 세계로 구체화해 만들어졌다. 아쟁의 낮고 힘 있는 소리에 이어 관현악의 날카롭고 웅장한 합주로 무대가 시작됐다. 앞서 연주되었던 아쟁 협주곡의 관현악은 깔끔하고 민속적인 색채가 강했다면, 대금 협주곡은 화려하고 대중적이었다. 마치 오페라의 서곡(Overture)이 연상되듯 극적이었으며, 다이내믹하고 서정적인 선율이 반복적으로 연주되었다. 마치 영화 음악 같은 분위기 속에서 대금의 진양조장단이 시작되었다. 아쟁의 베이스라인이 중심이 되어 어두우면서도 웅장한 이미지를 연출해 냈고, 대금의 편안하고 견고한 소리가 아름답게 얹혔다. 원장현류 대금산조 협주곡을 작곡한 김백찬 작곡가는 작품에 대해 "독주 선율에 내재한 감성과 표현을 최대한 원곡의 느낌으로 잘 살려 표현해 보고자 했다”며, 무엇보다 한 장단 한 장단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들리도록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 덕분인지 대금 산조가 입체감 있는 하나의 시각적 예술처럼 어떠한 이미지로 그려지는 듯했다. 중모리장단에서의 도입부는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관현악의 선율이 마치 한 편의 사극 같았고, 그 위에 대금 산조가 얹어지니 이질적이면서도 조화롭게 어우러져 독특한 색채로 감상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관현악 선율과 코드 진행이 곡을 끌어가다 보니, 대금 산조의 선율이 상대적으로 잘 들리지 않고 묻혔다는 점이다. 또 산조의 기본이 되는 ‘조’의 음계나 색채가 서양 음악적 코드 진행의 여파로 그 매력이 도드라지지 않았다. 대중적이고 입체감 있던 분위기는 좋았으나, 대금산조의 원형과 고유한 매력에 집중하여 민속악적 색채를 더욱 보여주었더라면 더욱 균형감 있는 곡이 되었을 것 같다. 중중모리장단이 시작되고 연주된 화려한 태평소와 타악기들의 강하고 화려한 소리는 행진곡을 방불케 했다. 특히 스네어 드럼(Snare Drum)의 소리가 국악관현악과 묻어나니 신선한 느낌을 자아냈다. 리듬 형태는 중중모리장단에 맞추면서도 독자적이고 새로운 형태로 연주되어 독특하게 느껴졌다. 대금 연주는 장단이 빨라질수록 더욱 힘 있고 견고해졌다. 청이 높든, 낮든 어느 구간에서도 흔들림 없이 연주한 원장현 명인의 소리에는 오랜 세월 대금과 함께한 깊은 공력이 묻어났다. 호방하고 유려한 청소리와 푸는 가락에서의 깊이 있는 표현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긴산조’는 모든 장단을 아우르는, 말 그대로 산조의 원형이자 민속음악의 꽃이다. 이번 창작악단 기획 공연으로 진행된 ‘긴산조 협주곡’에서는 오랜 시간 국악의 가계에서 자라나 일가를 이루고 자신의 이름으로 산조를 만든 두 명인의 산조를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국악 관현악이 채워주는 색다른 풍성함이 곁들여지고, 장단의 변화에 맞추어 긴 호흡으로 연주되었기에, 연주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그 흐름 속에 흠뻑 빠져 우리 음악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어 더욱 의미 있었다. 공연이 끝난 후 로비는 상기된 표정으로 ‘참 좋았다’며 이야기하는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혹여 긴 시간 동안 연주되는 산조가 관객들에게 너무 어렵게 다가오지는 않을지 미리부터 걱정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아름답고 가치 있는 무대였다. 이번 새로운 시도를 계기로 산조의 뿌리가 더욱 깊게, 그리고 멀리 뻗어져 나가게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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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클래식부터 재즈까지 '서울스테이지 2024' 5월 공연서울문화재단의 문화예술 콘서트 '서울스테이지 2024' 5월 공연이 오는 28일(화)부터 31일(금)까지 4일간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 청년예술청, 서울연극센터,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용산, 홍대 레드로드에서 열린다.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 친구, 동료와 즐길 수 있는 피아노 공연부터, 실내악 앙상블, 낭독극, 재즈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에서는 피아니스트 이나우가 공연한다. 특히 이번 공연은 서울 곳곳에 누구나 연주할 수 있는 거리피아노를 설치하는 '피아노 서울' 사업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의미를 담았다. 시각 예술가 이화가 자신의 작품을 그려 재단에 기증한 피아노가 함께 무대를 장식해 더욱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 청년예술청에서는 청년 예술인들로 구성된 에티카 앙상블 가족 음악 공연을 총 2회 준비했다. 한국 최초의 창작 동요 '반달'의 100주년을 맞아 작곡가 윤극영의 동요는 물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영화 OST, 클래식 등 다양한 음악으로 구성했다. 지난해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서울연극센터의 낭독극 시리즈가 돌아왔다. 서울연극센터의 문제적 시대나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희곡을 배우들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PLAY로 PICNIC_히스토리 스토리스' 시리즈를 준비했다. 매 홀수 달 열리는 시리즈의 첫 공연은 아리엘 도르프만의 대표 희곡 '과부들'을 배우 강말금, 이대연, 허정도 등의 낭독으로 선보인다. 전쟁 후 남겨진 여인들의 고통과 상실, 의지와 신념을 그린 작품으로 김은성의 윤색, 부새롬의 연출, 진윤선의 조연출, 박진호의 음악으로 재구성하였다.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용산에서는 제19회 한국대중음악상에 최우수 재즈 보컬 음반상을 수상한 마리아킴(Maria Kim)이 공연을 펼친다.이번 공연은 베이시스트 김대호, 색소포니스트 김지석, 드러머 최보미와 함께 콰르텟 구성으로 재즈의 본류인 스윙과 블루스를 전면에 내세운 정통 재즈 음악으로 구성했다. 이외에도 31일(금) 오후 4시, 6시에는 ‘찾아가는 서울스테이지’의 올해 첫 공연이 홍대 레드로드 R5구역에서 열린다. 인디밴드 그린(GRiN)이 자신들의 히트곡과 다양한 커버 연주를 선보이며 금요일 저녁 홍대거리에 낭만을 더한다. ‘찾아가는 서울스테이지’는 서울 전역에 거리피아노가 설치된 공간(혜화 마로니에공원, 반포한강공원, 노들섬, 명동예술극장 앞, 홍대 레드로드 등)을 중심으로 연중 진행될 예정이다. 공연 예매는 서울문화재단 누리집(sfac.or.kr/seoulstage), 전화(02-758-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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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크로스오버 그룹 '강은일 해금플러스' 25주년 기념 공연강은일 해금플러스는 오는 6월1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오른다고 12일 밝혔다. 전통을 근간으로 '창조적 계승'을 수행하고 있는 강은일 아티스트는 시대를 넘나들고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해금 연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해금의 디바 강은일의 해금플러스가 25주년을 맞아 기념 공연 ‘오래된 미래: +’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에선 '구름의 태동', '초수대엽', '서커스' ‘오래된 미래’ 등 그동안 연주됐던 곡들을 새롭게 편성해 선보인다. ‘오래된 미래’는 강은일의 1집 음반 제목이자 타이틀곡일 정도로 강은일 해금플러스의 상징과도 같으며 올해 25주년을 기념하며 다시 한번 그 의미를 재현해본다. '미래'로 주제로 꾸며진 2부에선 콜롬비아국립대 교수이자 작곡가인 모세 베르트란이 협연자로 나서 해금과 피아노 2중주곡을 연주한다. 해금과 인도 전통악기 '시타르', '타를라'가 함께 하는 곡도 선보인다.1999년 결성된 국악 크로스오버 그룹 '강은일 해금플러스'가 창단 25주년을 맞는 기념 공연이다. "현을 주무르고 활대를 그을 때마다 나와 해금이 어떻게 세상과 공존하며 부유할 것인지 고민했다. 해금, 그리고 나의 음악에 과연 어떤 악기와 장르, 어떤 생각과 철학을 담아내야 할까? 그 답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는 해금이 무언가를 만나야 했다. 해금에 새로움을 더해야 했다. 해금 플러스의 시작이었다. 오래된 활을 뻗어 빼내고, 다시 활을 그어 넣어 미래를 만든다. 더 이상 배운 것들만 늘어놓는 것이 아닌, 무언가를 더해서 창조해 나가는 것. 그것이 내가 꿈꾸는 오래된 미래이다.”(강은일) 문화체육관광부의 해외진출 우수 프로그램 단체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집중지원 공연예술단체 등으로 선정된 바 있다. 그녀의 음악세계를 발현하는 음악그룹 ‘해금플러스는’ 동서양의 여러 악기와 장르의 예술이 함께 호흡하며 우리음악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망, 전통과 현대적 어법이 조화를 이뤄 한국전통음악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강은일의 음악적 아이콘이다. 40여 년간 전통 음악계에 종사하면서 창작곡 연주를 바탕으로 클래식, 재즈, 즉흥 음악, 세계 민속음악 등 다양한 인접 예술 장르와 전통음악을 접목해 21세기를‘해금의 시대’로 열었다. ‘오래된, |(빼는 활, 입죽, 현)’, ‘미래, ⎯ (넣는 활, 활대, 활)’, ‘+(플러스)’ 의 세 구성으로 이루어진 이번 공연은 초창기부터 해금플러스에서 함께 작업을 해왔던 멤버들과 스탭진이 모두 참여해 풍성한 축제를 준비하고 있어 많은 음악애호가들의 기대를 받고있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 28회의 독주회 개최 및 8장의 독집 음반을 발매하는 등 전통의 계승과 발전이라는 전통 예술인의 본분을 충실히 수행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서로 다른 민족 악기들의 이질적인 소리를 해금을 통하여 조화시킴으로써 "동서의 화합과 세계의 조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국악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현재, 단국대학교 음악예술대학 국악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해금플러스 대표를 맡고 있고, 서울예술대학교 한국음악과 교수, 서울돈화문국악당 예술감독, 경기문화재단 이사를 역임하였다. 해금 | 강은일 가야금 | 서은영, 성보나 피리, 생황 | 안은경, 김지현, 박지영, 배정현 대금 | 박경민 기타 | 곽수환, 김호주, 김현동 베이스 | 고검재 국악타악 | 서수복, 안성일, 김태정, 김평석 퍼커션 | 박광현 드럼 | 오흥선 건반 | 채지혜 피아노 | 김윤곤 시타르 | 한샘바위 타블라 | 정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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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블 시나위가 그려내는 ‘고요의 바다’[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봄 향기가 가득한 5월의 첫날,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우리 정서를 찾아 나서는 앙상블 시나위의 콘서트 ‘고요의 바다’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펼쳐졌다. 앙상블 시나위는 경계 없는 작품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창작 팀으로, 우리 음악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며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 등을 통해 꾸준히 음악을 발표해 오고 있다. ‘고요의 바다’는 인류가 처음 발을 내디딘 곳이자 우주 적막한 공간의 일부인 달 표면을 뜻한다. 이들은 인류가 우주라는 미지의 영역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탐험하는 것처럼, 희망의 미래를 발견하기 위해 그들만의 시공간을 음악으로 만들고자 무대를 꾸렸다. 공연에는 '앙상블 시나위'의 대표인 아쟁 신현식을 비롯해 가야금 박순아, 바이올린 허희정, 피아노 정송희와 사물놀이의 창시자 김덕수, 소리꾼 정혜빈과 월드뮤직그룹 공명의 타악기 연주자 강선일이 함께 했다. 앙상블 시나위는 공연마다 전통의 변용과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작품을 발표해 왔다. 이번 무대에서는 향가의 함축적인 시와 풍류의 정제된 음악에서 모티브를 얻어 현대적인 해석을 통한 자유로운 곡을 연주했다. 그들은 고전의 향가(鄕歌)를 바탕으로 장단 위에 각각의 악기가 각기 매력적인 소리를 만들어 내며, 앙상블 시나위만의 현대음악적인 요소를 강하게 드러냈다. 무대에는 자욱한 드라이아이스가 공간을 뿌옇게 감싸고 있었다. 조명이 어두워지는 동시에 천천히 신스(Synth)계열의 낮은 전자 베이스 사운드가 어둡고 풍성한 분위기를 조성했고, 정종의 맑은소리와 함께 가야금의 반복적인 리듬 형태가 연주되었다. 첫 곡 ‘그믐’이 연주되었다. ‘그믐’은 가장 어두운 때를 밝혀주는 달인 그믐달을 나타낸다. 하나둘 들어온 악기들은 평온하고 아름다운 연주로 어둡고 지친 삶을 위로 해 주었다. 바이올린의 선율은 전통음악 어법이 도드라졌는데, 굵게 떠는 농현을 흉내 낸 비브라토와 끌어 올리고 끌어 내리는 추퇴성 기법을 다양하게 활용하여 한국적인 멋을 자연스레 표현하였다. 특히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곡이니만큼 곡의 마지막 구간에서는 종묘제례악 정대업 중 ‘영관’ 마지막 부분을 차용하여 태평소가 독주로 연주하는 선율을 바이올린이 연주하고, 아쟁이 그를 받아 타악기 파트의 리듬 형태를 저음으로 뜯으며 연주했다. 전통음악 요소를 자연스럽게 넣는 시도와 더불어 현대적이고 서정적인 형태를 보여줌으로써 다채로운 색채를 드러냈다. 곧 이어 경쾌한 타악기 리듬과 함께 초연곡 ‘해량’이 연주됐다. 향가 ‘처용가’에서 모티브를 얻은 곡으로, 역신을 물리치는 처용을 다이내믹하게 그려냈다. 장구와 타악기는 함께 같은 리듬을 연주했고, 아쟁과 바이올린은 활을 치는 기법 등을 통해 그 리듬 형태를 함께 연주하고 발전시켰다. 선율은 도리안(Dorian) 선법을 활용하여 장조의 밝음과 단조의 슬픈 느낌 사이의 자유롭고 묘한 분위기를 연출해 냈다. 빠르고 경쾌한 리듬 형태를 듣고 있자니, 아르헨티나 작곡가인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의 음악이 떠오르기도 했다. 곡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다 함께 칠채 장단을 연주하고 휘모리장단으로 강렬하게 변화하며 앙상블 시나위만의 조화롭고 수준 높은 하모니를 만들어 냈다. 세 번째 곡 ‘초혼’은 떠난 이에 대한 기억을 가슴에 새기며, 진도씻김굿의 노래와 현악기의 살풀이가 함께 그리움을 부르짖었다. 죽은 누이에 대한 제(祭/추모)를 지내는 노래인 향가 ‘제망매가’를 모티브로 한 이 곡은, 바이올린과 아쟁, 가야금이 주가 되어 끌어 나갔다. 곡의 처음과 마지막은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서정적이고 슬픈, 현대적인 가요 스타일의 선율을 연주했고, 중간 구간은 시나위 형태로, 각 악기가 화려하게 장단을 타고 놀며 솔로 연주를 선보였다. 특히 아쟁의 울부짖는 듯한 계면조 솔로 연주는 망자를 그리는 마음이 절절히 느껴져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 이때 가야금도 함께 아쟁의 솔로 연주를 받쳐주며 강렬하게 함께 연주해 풍성하고 감정적인 다이내믹을 표현하였다. 현악기의 자유로움과 우직한 장단이 균형 있게 합쳐지니 조화롭고 감성적인 슬픔이 더욱 드러났다. 초연곡 ‘파랑가’는 고조선의 서정 가요 ‘공무도하가’와 제주도 민요 ‘이어도사나’가 합쳐진 곡으로, 떠나보낸 임들을 그리워하며 부른 노래다. 섬에 갇혀버린 현대의 우리를 꺼내어 길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탄생했다는 이 곡은, 소리꾼 정혜빈의 소리가 덧입혀져 더욱 풍성한 무대를 만들어 냈다. 전통 노래를 기반으로 하지만 현대적으로 풀어낸 담백한 가사가 친숙하게 다가왔고, 서정적이면서도 화려한 악기 반주는 볼거리와 들을 거리를 풍성하게 해 주었다. 곡이 점점 발전돼 갈수록 소리꾼의 노래는 현대 가요 스타일에서 전통 소리 스타일로 변화해 나갔다. 대중성과 전통성이 자연스레 얽혀 들어가게끔 하는 앙상블 시나위의 음악적 스타일이 더욱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이어 연주된 두 곡 ‘길을 쓰는 별’과 ‘헌화지곡’은 각각 가야금과 아쟁, 바이올린과 장구의 듀오 연주로 진행됐다. ‘길을 쓰는 별’은 내레이션 위에 가야금과 아쟁의 효과음이 덧입혀지며 이야기 극처럼 시작했다. 가야금은 빠르고 화려한 아르페지오 선율을 반복적으로 연주했는데, 사단조(G minor)와 바장조(F major)를 번갈아 가며 연주하여 묘하고 아름다운 우주의 느낌을 표현했다. 더불어 아쟁은 진하고 깊은 울림과 하모닉스(harmonics, 현악기의 특수한 주법으로, 부드럽고 투명한 음색을 표현한다)나 울렁거리는 활 움직임 등의 기법을 사용해 긴장감과 신비로움을 동시에 나타내, 두 악기의 음색이 영롱하게 어우러지게끔 하였다. ‘헌화지곡’은 향가 ‘헌화가’를 모티브로 하여, 바이올린과 장구가 함께 연주했다. 앞 곡처럼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된 이 곡은 장구가 연주하는 다스름 장단의 궁편 울림 위에 바이올린의 단정한 선율이 얹어졌다. 장단은 점점 빨라지는 형태로 변화했으며, 빨라질수록 바이올린의 연주도 점점 자유롭고 화려해졌다. 바이올린은 장단 안에서 중음기법(인접한 두 개의 현을 누른 상태에서 활로 두 현을 동시에 그어 연주하는 기법)으로 화음을 내기도 하고, 아슬아슬한 고음을 넘나들기도 했다. 탄탄한 장단 안에서 서로 호흡을 맞추고, 현대적이며 한국적인 음색을 물씬 드러낸 ‘헌화지곡’은 이 시대의 새로운 산조였다. 마지막 세 곡이 연주되기 전, 김덕수 연주자가 악기와 연주자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명 한 명 자세히 소개하고, 관객들과 편안하게 소통함으로 무대를 더욱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해 주었다. ‘동해랩소디’는 아쟁의 강렬한 피치카토(Pizzicato, 발현악기 연주 시 현을 손가락으로 뜯어서 발현악기처럼 연주하는 방법)로 시작했다. 시나위적 요소가 강하게 묻어있는 이 곡에서는 악기의 다이내믹한 솔로 연주를 마음껏 들을 수 있었고, 악기 간의 호흡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또 풍성한 사운드로 연주자들의 높은 기량을 현장감 있게 몰입하여 감상할 수 있었다. ‘푸가시나위’는 김덕수 연주자의 신명 나는 추임새와 함께 모든 악기의 세고 강렬한 저음부 연주로 뱃고동 소리처럼 시작했다. 선율은 몽환적인 단조 선법과 반음계 등을 활용하여 독특한 사운드를 만들어 내, 마치 스페인 춤곡이 연상되기도 했다. 리듬 형태는 장단을 변형시키거나, 밀고 당기는 기법을 사용해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이 묘하게 어우러진 신선한 느낌을 선사해 주었다. 평온하고 차분하게 바다를 항해하는 느낌의 ‘초생’을 마지막 곡으로 무대는 끝이 났다. 90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깊은 몰입감을 선사해 준 앙상블 시나위 콘서트 ‘고요의 바다’, 무한한 공간 속에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그려냈다. 그들은 ‘향가’와 ‘풍류’를 바탕으로 즉흥성과 우연성, 대중성을 가미하여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냈고, 그 연주를 통해 관객들에게 위로와 떨림, 도전을 선사해 주었다. 오랜 기간 전통을 소재로 계속해서 더 나은 삶을, 더 나은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하는 그들의 음악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행복을 전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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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현과 이태백 긴산조 협주곡, “보셨습니까?”"어제 두 양반 긴 산조 그거 굉장합디다, 봤지요?” 어제 공연을 보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 자칭 귀명창이라고 하시는 국악애호가 한 분으로부터의 전화였다. "야 국악신문이 뭐 하는 거야! 이런 굉장한 소식 국악인들에게 전하지 않고”라는 호통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화를 끊자마자 부리나케 어제 로비에서 만남 몇몇 분들에게 전화를 넣었다. 최경만(피리 명인) 선생 "최고였습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연주 아니지요. 내력에 공력이 쌓인 결과지요” 최민(동국대 박사과정 퉁소 연주자) "두 분의 오리지널 한 성음이 빛나는 연주여서 너무 좋았습니다. 긴 호흡으로 구성한 것을 관현악과 같이 간다는 것은 아마 이 연주를 따를 것이 없으리라고 봅니다.” 유지숙(국립국악원 민속악단예술감독) "기승전결의 가락 장단, 즉흥성, 거기에 관현악의 풍만함을 다 보여준 연주였습니다. 보배로운 분들의 공연, 성악하시는 분들께 오늘 꼭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재옥(한연련회 회장) "긴 산조라 지루하리라는 생각을 했는데, 어찌나 흡인력이 있던지 재미있는 판소리 눈대목 듣는 듯이 장단이 다 그려져 만족했습니다. 산조와 관현악의 맛을 만끽했습니다.” 어제 9일 첫날,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기획공연 ‘이태백류 아쟁긴산조’와 ‘원장현류 대금긴산조’ 공연에 대한 평이다. 말 그대로 격찬이다. 기존 13분 내외의 산조를 4, 50분으로 늘리고, 이를 바탕으로 작곡한 관현악과의 협주 연주이었다. 두 연주자 모두 이 분야의 가계에서 일가를 이루고, 자신의 이름으로 긴 산조를 초연한 것이다. 산조의 본령 "느린 장단에서 점차 빠른 장단으로 진행되며 음악적 긴장과 이완 속에 다양한 감정을 담은 기악곡”에 두 연주자의 특징적이고 즉흥적인 공력과 기교가 더해 빛을 발한 작품이다. 부산대 이정호 교수가 작곡한 ‘이태백류 아쟁긴산조’는 서주와 각 장단 초반부는 간결하면서도 힘 있게 그렸고, 후반부로 가면서 현대적인 흡인력 있게 표현했다. 김백찬 작곡가의 ’원장현류 대금긴산조‘는 진양과 중모리에서 대금 선율의 서정성 잘 담아냈고, 중중모리장단과 자진모리에서 박력 있고 활기찬 느낌을 주어 지루하지 않고 많은 이야기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오늘 7시 반, 국립국악원 예악당의 두 번째 공연, "안보시면 후회하실 것입니다.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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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을 맞아 삼정제빵소, 사할린동포와 동포애를 나누다8일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의정부시 삼정제빵소(대표 이춘호)에서 경기도 양주시 율정마을에 정주하고 있는 사할린동포들에게 사랑이 담긴 빵을 전달했다. 삼정제빵소는 2020년 봄에 의정부시 호국로에 문을 열면서부터 매달 돌아가면서 인천, 양주,파주 사할린 동포와 고려인 청소년들 등에게 사랑의 빵을 전달해오고 있다. 사할린아리랑보존회 최나타샤 회장은 "한국에 온지 10년이 다 되어가니 이제는 러시아 빵보다 한국 빵이 이제는 입맛에 맞아요. 특히 삼정제빵소는 유기농 채소, 과일, 곡식으로 색을 내고 맛을 내서 건강에 좋습니다. 우리를 잊지 않고 때마다 이렇게 챙겨주어서 고맙습니다"라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율정마을 7단지에는 사할린아리랑보존회와 사할린 1세 작곡가 김세르게이 선생이 10년 전 러시아에서 귀국하여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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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무대 가는 '청년거리문화 페스티벌' 경연대회경남도는 제2회 청년거리문화 페스티벌 참가자를 5월 9일부터 18일까지 40팀을 모집한다.청년 거리문화 페스티벌은 'Busker To Stage'를 슬로건으로, 경남 청년예술가들이 프로 K-POP 무대로 가는 여정을 그리는 경진대회다. 지난해 처음 개최한 청년 거리문화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한 '형동생사이'는 경남 출신 작곡가 배드보스의 프로듀싱을 통해 '감기였음 해' 싱글앨범을 발매했으며, 영화 '사랑의 온도 82도' 삽입곡으로 한국을 넘어 미국까지 음악성을 널리 알렸다.학교, 직장, 거주지 등 생활권이 경남인 19~39세 청년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팀인 경우에도 팀원의 50% 이상이 경남 청년이면 신청할 수 있다. 제2회 청년거리문화 페스티벌은 오는 6월부터 매주 토요일에 개최하는 4번의 예선을 통해 본선에 진출하는 16팀을 가리게 된다.본선은 7월 둘째·셋째 주 토요일 개최하며, 최종 5팀이 10월 경남 청년콘서트 무대를 장식할 예정이다.예선 및 본선 일정 및 장소 등은 ▲예선1차 6월 8일 통영시 죽림리 1572-43 ▲예선2차 6월 15일 하동군 광평리 440-12 ▲예선3차 6월 22일 밀양시 삼문동 386-19 ▲예선4차 6월 29일 창원시 상남분수광장 ▲본선1차 7월 13일 거창군 창포원길 21-1 ▲본선2차 7월 20일 거제시 옥포 수변공원 ▲경남 청년콘서트 10월 4일 김해시 김해문화의전당이다.심사위원으로는 가수 김경현’(대표곡 Don’t cry), 래퍼 길미(대표곡 넌 나를 왜), 유튜브 크리에이터(구독자 82만명) 정승빈, 작곡가 배드보스가 참여한다.최종 콘서트 진출자 5팀에는 프로필 사진촬영과 포트폴리오, 아카이브 영상을 제작 지원하고, 도지사 상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특히 대상 1팀에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경남 출신 작곡가 배드보스의 곡 수여와 함께 프로듀싱, 음반 발매 기회가 주어지며, 올해는 뮤직비디오 제작도 지원한다.참가 신청은 경상남도 청년 정보플랫폼(youth.gyeongnam.go.kr)에서 하면 된다.경남도 김은남 청년정책과장은 "지난해 참가한 청년예술가들이 여러 차례 무대를 경험하면서 K-POP 무대를 향해 점차 성장해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청년 예술가들이 마음껏 재능을 펼치고 즐길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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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관현악단 소년소녀를 위한 '소소 음악회'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겸 단장 채치성)은 소년소녀를 위한 '소소 음악회'를 5월 24일(금) 오전 11시와 25일(토) 오후 3시, 양일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국악 입문 맛집’으로 정평이 난 국립국악관현악단에서 청소년들이 우리 음악을 보다 친근하고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한 공연이다. 2021년 초연했으며, 관객의 열렬한 반응과 호평에 힘입어 2022년 재연에 이어 올해 다시 무대에 오른다. 많은 청소년 음악회가 악기 소개나 교과서 음악 등 교육 정보 전달에 치중했다면 <소소 음악회>는 주인공인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보는 재미와 듣는 즐거움을 두루 갖추는 데 중점을 두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웅장한 국악 오케스트라 연주에 스펙터클한 조명과 영상이 더해져 낯설고 경직된 공연장이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친숙하고도 화려한 한 편의 ‘국악 콘서트’를 선사한다. 공연은 청소년들의 지적 호기심과 예술적 감성을 깨울 수 있는 다양한 국악관현악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국악관현악을 처음 접하는 청소년들도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정통 국악관현악곡으로는 국립국악관현악단 관현악시리즈에서 위촉 초연한 최지혜 작곡가의 메나리토리에 의한 국악관현악 ‘감정의 집’ 중 3악장과 이정호 작곡가의 국악관현악 ‘이매지네이션(Imagination)’을 선정했다. 청소년들에게 익숙한 케이팝이나 게임음악을 국악관현악으로 새롭게 편곡한 무대도 기대를 모은다. 방탄소년단(BTS)의 ‘소우주’와 국민 레이싱 게임으로도 불렸던 ‘크레이지레이싱 카트라이더(이하 카트라이더)’ BGM을 국악관현악 버전으로 만나본다. ‘소우주’는 미러볼을 활용해 달오름극장 객석과 무대 전체를 별빛으로 수놓으며 시각적인 연출 효과까지 극대화했고 ‘카트라이더’ BGM은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무대 위 스크린에 영상이 더해져 마치 게임 속에 들어온 듯한 이색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성장기 청소년의 관심사와 예민한 감수성을 담은 창작곡 ‘잔소리’ ‘설움타령’은 그동안 '소소 음악회'에서 큰 호응을 받았던 곡이다. 작곡가가 자녀와 직접 겪은 경험담을 재치 있게 표현한 ‘잔소리’, 청소년들의 고민을 유쾌하고 현실감 넘치는 가사에 얹어 우리 소리로 풀어낸 ‘설움타령’은 많은 청소년들의 웃음과 공감을 얻었다. 마지막으로 작곡가 원일의 ‘신뱃놀이’에서는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이 축구공‧뿅망치‧부부젤라 등 다양한 장난감들을 악기로 활용해 강렬한 합주를 선보이며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다. 지휘는 2023 국립국악관현악단 지휘자 프로젝트에 선정됐으며, 최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 부지휘자로 임용된 김지수가 맡았다. 2021년 '소소 음악회' 초연부터 함께 해온 천재현이 올해도 연출을 맡았으며, 2022년 공연의 영상 디자인을 맡았던 김혜민도 합류했다. 연출가 천재현은 연출 방향에 대해 "‘국악은 재미없다’는 편견을 의식해 어떻게 해보려는 것이 오히려 편견 없는 관객들의 접근을 막는 것 같다”며 "음악의 올곧은 힘을 믿고 정성껏 연주하는 모습으로 감동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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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 연주자 정수년 한예종 교수, 15년 만에 단독 공연국내 정상급 해금 연주자로 꼽히는 정수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15년 만에 단독 공연을 연다.3일 기획사 위아티스트에 따르면 정 교수는 오는 15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단독 공연 '정수년의 해금세계 : 길'을 개최한다. 정 교수는 이번 공연에서 스승인 김영재 명인의 '해금산조 합주'와 고(故) 강준일 작곡가의 '엇소리 No.2', 해금을 위한 모놀로그', 해금 협주를 위한 결 셋' 등 미발표곡을 초연한다.무대에는 정 교수의 제자들과 한국해금앙상블이 올라 협연을 펼친다.서울대 음악대학을 졸업한 정 교수는 KBS 국악관현악단 해금 수석, 해금연구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전통 국악 뿐만 아니라 서양악기와의 배합을 통해 음악의 영역을 확장해왔다. 창작음악 등 다양한 시도로 한국 음악의 지평을 넓히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산조는 19세기 후반에 인간의 감성에 충실하려는 시대적 음악 문화의 배경에 힘입어 탄생하였다. 산조는 민속 기악 독주곡 중 가장 예술성이 뛰어난 곡으로 꼽힌다. 산조의 매력은 주어진 장단 안에서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풀어내는, 기∙경∙결∙해(내고. 달고. 맺고. 풀고)의 틀 위에 고조시켜가는 선율의 짜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해금산조는 1960년대에 지영희류와 한범수류가 만들어졌고, 그 후 1980년대에 거문고와 해금의 명인 김영재와 대금의 명인 서용석에 의해 해금산조가 완성되어 현재 4가지 류파의 해금산조가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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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현 명인, “산조는 우리 삶의 소리”[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은 오는 5월 9일과 10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이태백류 아쟁산조와 원장현류 대금산조 전바탕 '긴산조 협주곡'을 초연한다. 아쟁과 대금의 깊이 있는 매력과 국악관현악의 웅장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뜻깊은 무대로 기대를 모은다. 이에 대금연주 명인 원장현 선생을 금현국악원 연습실에서 만나 이번 발표에 대해 들었다. Q. 선생님, 안녕하세요. 작년에 뵙고 딱 1년 만에 다시 뵙게 되었네요. 곧 있을 긴산조 협주곡과 관련하여 몇 가지 질문을 드려보려고 합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A. 반갑습니다. 그간 연주자로서 연주에 매진하고, 후학 양성에 힘쓰며 바쁘게 잘 지냈습니다. 연초부터는 동국대학교 석박사 과정 특임교수로 발령받아 강의를 나가고 있고, 공연도 많이 했습니다. 지금은 곧 있을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기획공연에서 할 긴산조 연습에 몰두하고 있죠. Q. 이번 공연은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기획공연으로 선보여지는데요, 선생님과 이태백 선생님의 긴산조가 창작악단의 국악관현악과 만나 연주된다는 게 너무 흥미롭습니다. 이번 공연에 관해 설명해 주세요. A. 말 그대로 긴산조를 협연하는 공연으로, 이태백 선생님의 아쟁 협주곡과 제 대금 협주곡 총 두 곡으로 진행됩니다. 저는 원장현류 대금산조 긴산조를 45분간 관현악단 반주에 맞추어 연주하게 될 텐데요, 전통이 근간이 되는 국립국악원이기에 이 무대가 시도될 수 있던 게 아닌가 싶어요.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권성택 예술감독의 오랜 바람이자 열정이기도 했고요. 특히 긴산조 협주곡은 이번에 최초로 시도되기에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보통 협주곡의 경우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20분 내외로 짧게 진행되는 편인데, 이번 협주곡의 경우 45분간 연주되어 산조를 아주 전문적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곡이 너무 길어서 걱정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긴산조를 관현악 협연으로 선보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게 일생일대 큰 기회가 아닌가 싶어요. Q. 김백찬 작곡가의 원장현류 대금산조 협주곡은 2022년 초연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A. 원장현류 대금산조를 가지고 만들어진 협주곡은 이전부터 많이 있었으나, 김백찬 작곡가의 협연 곡은 2022년 전북도립국악원에서 초연되었습니다. 그때는 짧은산조로 20분 정도 짧게 연주되었지만, 이번 무대에서는 긴산조의 선율을 가지고 곡을 늘려, 더욱 풍성한 곡으로 완성되었습니다. Q. 짧은산조 버전의 협주곡과 긴산조 협주곡의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짧은산조는 긴산조를 축약하여 짧게 보여준 산조입니다. 긴산조는 산조 장르의 원형이자 모든 걸 다 보여줄 수 있는 특징이 있죠. 짧은산조 버전의 협주곡은 20분 안으로 연주가 끝나기에 연주자로서 체력적인 소모도 덜하고, 듣는 이로 하여금 짧고 임팩트 있게 감상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긴산조 협주곡의 경우 ‘산조’의 멋을 그대로 다 느껴낼 수 있기에 긴 호흡으로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매력으로 작용할 것 같네요. 지금껏 협주곡을 수없이 많이 연주해 왔지만 45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연주하는 건 처음입니다. 물론 최초이기도 하고요. 좋은 무대를 위해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Q. 김백찬 작곡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이 곡을 준비하셨을 것 같은데요, 관현악의 경우 대금산조와 어떻게 어우러지도록 고민하셨나요? 선생님께서 연주하신 짧은산조 영상을 감상 해 보았는데, 관현악에 대중적이고 서정적인 코드 진행이 많이 녹아있어 감성적이고 편안하게 느껴지더라고요. A. 보통의 산조 협주곡은 산조답다고 해야 할까요? 독주 악기의 민속적 선법이나 선율을 따라 비슷하게 가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런데 김백찬 작곡가의 곡은 달라요. 감성적이고 친숙한 선율이나 코드 등이 활용되어서 대중적입니다. 그게 참 마음에 들어요. 관현악이 대금 선율을 감싸주며 풍성하게 만들어주니 훨씬 들을 거리가 많은 느낌이거든요. 아무리 좋은 보석도 어떻게 포장하는가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 보이지 않겠어요? 물론 그 안에서 대금산조의 원형은 살아 있어야 하기에 나는 내 산조의 이야기를 확고하게 하며 연주할 것이고요. Q. 산조 협주곡이 이렇게 길게 연주되는 시도 자체가 처음인 거로 알고 있습니다. 마치 클래식 교향곡 전 악장 길이와도 비슷한데요, 산조가, 그리고 긴 러닝타임이 어색하고 어려운 관객도 있을 것 같아요. 이 공연을 어떻게 관람하면 좋을까요? A. 산조는 인간의 소리, 우리 삶의 소리입니다. 처음엔 익숙지 않아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결국 우리 음악이기에, 차분히 열린 마음으로 듣다 보면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45분 동안 연주하는 저도, 그리고 듣는 관객분들도 큰 집중력이 필요하겠죠? 산조의 틀은 어떤 악기가 연주하든 같습니다. ‘산조’라는 장르 안에서 악기 고유의 매력을 각각 표현하는 거죠. 그중 대금산조는 특히 대나무로부터 나오는 소리가 참 매력적입니다. 그 소리 자체에 집중하여 감상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네요. Q. 이번 공연 이후, 올해 또 계획하고 계신 공연이나 작업이 있나요? A. 8월 말이나 9월 초에 원장현류 긴산조 독주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마 관객들과 편안하게 소통하며 관람할 수 있도록 소박하고 작은 공간에서 진행하게 될 것 같아요. 또 국악협회에서 주최하는 공연이 있어 곧 오사카에 가고, 진도 국악고등학교에 가서 대금산조를 잘할 수 있는 법에 대해 특강도 할 예정입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연습과 후학양성도 꾸준히 할 것이고요. Q. 마지막으로 공연을 보러 올 분들께 한마디 해 주세요. A. 국악은 우리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소외당하는 장르로 치부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음악을 우리나라 국민이 아끼고 사랑해 주지 않으면 그 역사가 지속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이 나라에서 한식을 먹고, 한글을 쓰듯이 우리 음악도 생활 속에서 관심을 갖고 감상해 나간다면 자연스럽게 와 닿을 것으로 생각해요.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처럼, 국악을, 그리고 산조를 그저 어렵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조금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며, 있는 그대로 즐겨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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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제38회 창작국악동요공모전<br> 대상에 작곡가 김여진씨의 ‘엇엇엇! 엇모리!’국립국악원(원장 김영운)은 5월 2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제38회창작국악동요 작품 공모전' 시상식을 개최하였다. 이번 공모전의 대상은 ‘엇엇엇! 엇모리’를 작곡한 김여진씨가 수상했다. 창작국악동요 작품 공모전은 1987년부터 38년 간 510여 곡의 국악동요를발굴한 유서 깊은 대회로 과거 수상작 20여곡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돼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올해 공모전에도 130개 작품이 출품돼 열띤 경합을 벌였으며 아름다운노랫말과 전통적인 음악 요소를 잘 담아낸 12곡이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됐다. 영애의 대상(1명)에게는 문화체육부장관상 및 상금 300만 원이 주어지고, 우수상(2명)에게는 국립국악원장상 및 상금 200만 원, 장려상(9명)에게는국립국악원장상 및 상금 100만 원이 수여되었다. 대상 수상자 김여진 작곡가는 "엇모리 장단을 통해 아이들이 서로를 이해하는데, 그리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며, "동요를 작곡하는 동안 스스로도 한 계단 성장하고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국립국악원은 수상작 12곡의 악보와 음원을 담은 ‘국악동요선집 제35집’을제작하여 오는 6월에 국립국악원 누리집과 국악아카이브 포털에서 서비스할 예정이며, 지니뮤직, 멜론, 유튜브뮤직 등 국내외 음원 플랫폼에서도 발매할 계획이다. 제38회창작국악동요 작품 공모전 수상작 명단 △대상(1명) 엇엇엇! 엇모리!(작곡/작사 김여진) △ 우수상(2명) 가위! 바위! 보!(작곡/작사 김도아), 따라쟁이 내동생(작곡/작사최보람) △ 장려상(9명) 등걸잠(작곡: 고수진/작사: 김경구), 하늘사탕(작곡: 김희정/작사정수은), 별따라 꿈따라(작곡/작사 박경린), 빛나는 연꽃송이(작곡: 박보람/작사:박윤희), 딸기맛 수박(작곡/작사 박예림), 가야금 눈사람(작곡/작사 방동혁),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작곡: 이가희/작사 박구슬),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작곡/작사 이진희), 청개구리 시계바늘(작곡/작사 진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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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창작악단 기획공연, '긴 산조 협주곡'국립국악원(원장 김영운) 창작악단(예술감독 권성택)은 올해 세 번째 기획공연으로 이태백류 아쟁산조, 원장현류 대금산조 전바탕을 협주곡으로 초연하는 무대, ‘긴산조 협주곡’을 오는 오는 9일(목)과 10일(금) 이틀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개최한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첫 ‘긴산조 협주곡’에서 선택한 산조는 국악의 가계(家系)에서 자라나서 일가를 이루고 자신의 이름으로 산조를 만든 현존 명인의 두 산조, ‘이태백류 아쟁산조’와 ‘원장현류 대금산조’다. 이전의 산조 협주곡들은 기존의 산조를 압축한 12분 내외의 짧은 산조를 바탕으로 만든 것들이었으나 산조의 모든 장단과 가락을 담아 협주곡으로 무대에 올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산조는 19세기 중·후반에 등장하여 여러 단계의 양식적 변화를 거친 민속 기악 독주곡으로 오늘날까지 가야금을 비롯한 국악의 대표적인 악기들의 산조가 활발히 연주되고 있다. 느린 장단에서 점차 빠른 장단으로 진행되며 음악적 긴장과 이완 속에 다양한 감정과 연주자의 기교를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곡이다. 연주시간은 악기와 유파마다 차이는 있으나 30분에서 60분에 이르는 비교적 긴 곡이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은 이번 공연을 위해 부산대 이정호 교수와 지하철 환승음악 '얼씨구야'로 널리 알려진 김백찬 작곡가에게 각각 '이태백류 아쟁산조'와 '원장현류 대금산조' 협주곡을 위촉했다. 협연에는 이 두 산조의 주인공인 이태백, 원장현 명인이 직접 나선다. ‘이태백류 아쟁산조’는 한일섭-박종선으로 이어지는 아쟁산조와 장월중선-김일구로 이어지는 아쟁산조를 습득한 이태백 명인이 자신만의 해석을 녹여낸 결과물이다. 이태백류 아쟁산조는 기존의 유파별 아쟁산조의 경계를 허물고 각각의 산조가 지닌 독특한 색깔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장현류 대금산조’는 원장현 명인이 판소리와 여러 악기에 능통했던 한일섭 명인에게 구음으로 사사한 대금산조 가락과 강백천-한일섭-김동진으로 이어지는 대금산조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1985년에 국립국악원 제66회 무형문화재 정기공연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두 산조 모두 진양,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의 4개의 장단으로 되어 있다. 아쟁산조 협주곡을 작곡한 이정호 교수는 작품의 구성에 대해 "서주와 각 장단 초반부는 초기 산조 협주곡 양식을 비중 있게 도입해,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사운드를 만들었습니다. 후반부로 가면서는 점점 현대적인 색채를 구성하여 시간의 흐름을 음악으로 표현했습니다.”라고 밝혔다. 대금산조 협주곡의 작곡자 김백찬은 작품에 대해 "진양과 중모리에서는 대금 선율의 서정성을 담으려 했고, 중중모리와 자진모리에는 박력 있고 활기찬 느낌을 주고자 했습니다. 한 장단 한 장단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들리도록 노력했습니다. 독주를 들으며 제가 상상했던, 들리지 않던 소리들을 구현하는 마음으로 곡을 썼고 그 부분들이 관객에게 잘 전달됐으면 합니다.”라고 밝혔다. 각각 50분, 42분에 달하는 아쟁산조와 대금산조 협주곡의 연주시간에 대해 이태백 명인은 "관객 분들도 마음 단단히 먹고 오셔야 합니다. 판소리 완창을 하면 다 알고 있는 내용을 관객 분들이 몰입하시는데 산조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승전결 안에 수많은 가락들이 장단 안에 들어있죠. 기품이 있는 동시에 즉흥음악 같은 면도 있습니다. 산조의 정신과 아쟁의 팔색조 매력을 충분히 느끼셨으면 합니다.” 또 원장현 명인은 "이렇게 긴 산조 협주곡 연주는 제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라고 소회를 밝혔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긴산조 협주곡’은 지난 3월과 4월의 ‘작곡가시리즈 Ⅲ’, ‘하나되어’에 이은 올해 세 번째 기획공연으로 산조 자체가 가지고 있는 풍성하고 유려한 짜임새에 국악관현악이 더해져 점진적으로 고조되는 음악의 여정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은 오는 5월 9일(목)과 10일(금) 저녁 7시 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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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로애락 담은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명, 명'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인생의 희로애락 같은 다양성을 담은 일곱 곡의 실내악 작품을 선보인다.세종문화회관은 오는 5월10일 체임버홀에서 서울시국악관현악단 특별연주회 2024 실내악 시리즈 I '명, 명'을 선보인다고 29일 밝혔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실내악 앙상블 SMTO와 객원 연주자 서수민(비올라), 이진희(어쿠스틱 기타), 김용하(타악)가 만들어내는 호흡이 기대되는 공연이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실내악 앙상블'SMTO 앙상블'은 지난해 '눈부신 파편', 'SMTO 앙상블 with 임현정' 공연을 통해 각각 전통음악을 재해석한 무대와 피아니스트 임현정과의 협연 무대를 선보였다. 해금 연주자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악장인 김애라가 음악감독을 맡아 낮에서 밤으로, 다시 밤에서 낮으로, 밝음에서 어두움으로, 어두움에서 밝음으로 순환하며 '명(밝을 明)'과 '명(어두울 冥)'이 공존하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그린다.백병동(서울대 명예교수), 임준희(한예종 전통예술원장), 도널드 워맥(하와이대 교수), 박병오(제34회 대한민국작곡상 최우수상), 이경은(2023 KBS국악대상 작곡상)의 작품들과 김백찬(2019 KBS국악대상 작곡상)과 김상욱(2022~2024 서울돈화문국악당 실내악축제 예술감독)에게 위촉한 두 곡까지 일곱 곡의 실내악 작품들을 선보인다. 첫 곡은 '가야금, 비올라, 장구를 위한 Intertwined'로 도널드 워맥 하와이대 교수가 지은 곡이다. SMTO 앙상블의 가야금 파트 윤지현 단원과 추계예술대학교 비올라 교수 서수민, 음악그룹 '불세출' 동인 김용하의 장구 연주로 꾸며진다. 두 번째 곡 '해금 독주곡 冥2'는 원로 작곡가 백병동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동료 작곡가 고(故) 이성천을 그리며 작곡한 작품으로 해금 파트 정현지 단원과 김용하의 반주로 연주된다. 세 번째 곡 '피리독주곡 출렁'은 2023 KBS국악대상 작곡상을 받은 이경은의 곡으로, 피리 파트의 부수석 단원 성시영과 타악 파트 김태형 단원이 호흡을 맞춘다. 네 번째 곡은 대금의 연주 기법을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대금 독주곡 2번 추성, 퇴성, 그리고 농음'으로 대금 파트의 김희정 단원과 김용하의 타악 반주로 연주된다. 제34회 대한민국작곡상 최우수상을 받은 작곡가 박병오의 곡이다. 다섯 번째 곡 '아쟁 독주를 위한 여백II-번짐'은 임준희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장의 곡이며 아쟁 파트 수석 단원인 김상훈 수석의 대아쟁 독주로 선보인다. 이어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부지휘자인 이재훈의 지휘와 수석 및 부수석 연주자들이 위촉곡 두 곡을 초연한다. 첫 번째 위촉곡은 김상욱 서울돈화문국악당 실내악축제 예술감독이 서울굿의 음악적 재료에 영감을 받아 작곡한 작품 '덩기덩'이다. 이번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할 두 번째 위촉곡은 수도권 지하철 환승음악 '얼씨구야'를 작곡한 김백찬 작곡가의 '물'이다. 어떠한 물질 혹은 상황을 만나 변화하는 '물'처럼 악기, 음계, 박자를 만나 자유롭게 변화하는 '음(音)'을 상상하며 작곡한 '물' 연주에는 기타리스트 이진희가 참여해 국악기와 어쿠스틱 기타의 조화로운 앙상블을 보여줄 예정이다. 김상욱의 위촉곡 '덩기덩'은 서울굿의 음악적 재료에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이다. 김백찬의 위촉곡 '물'은 어떠한 물질 혹은 상황을 만나 변화하는 '물'처럼 악기, 음계, 박자를 만나 자유롭게 변화하는 '음(音)'을 상상하며 만든 작품이다. 김애라 악장은 "인생의 희로애락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이번 무대를 통해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이 국악 앙상블의 조화로움과 아름다움을 눈과 귀, 마음으로 함께 느끼고, 국악에 한걸음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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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전설의 녹음스튜디오 ‘훈’에 대한 단상기미양(아리랑연합회 사무총장) ‘誕’의 순간을 마주하는 일은 설레고 벅차다. 생명의 탄생은 물론이거니와 원고 몇 장의 출력조차도 마찬가지다. 모두 전혀 다른 독립적인 원형의 탄생이며 형태의 탄생이기 때문이다. 곳곳의 봄꽃들이 그제 모습들을 자랑하는 4월 마지막 금요일, 음원(音源)의 탄생 순간을 함께했다. "교대(서울교육대학) 후문에 있는 훈 스튜디오 사장님 아들이 근무하고 있는스튜디오”에서 만감이 오고 갔다. 만일 이렇게 부연(敷衍)한 상호가 아니었다면 찾아가지 않았을 것이나, 이 말에 불광동 골목을 돌고 돌아 찾아온 것이다. "훈 스튜디오 사장님”은 ‘이훈’, 그 아드님이 근무하는 고래사운드 스튜디오 실장은 ‘이유성’이다. 1992년 민주화 운동(?) 체류탄 연기 속에서 태어난 ‘아리랑CD 제1호’ 발매 이후 25종의 아리랑CD를 제작하면서 거의 대부분은 ‘훈’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고 믹싱(mixing) 같은 후반 작업도 했다. 코로나가 오기 직전 마지막 녹음이 ‘이혜솔, 인생의 소리길 왕십리아리랑’ 일부의 녹음이었다. 당시 교대 후문 훈스튜디오에 처음 오는 이들은 "와~!”라는 감탄사를 발한다. 대기실과 작업실과 녹음 부스 할 것 없이 곳곳에 80년 대부터 최고의 가수들 녹음장면 사진과 그들의 음반은 물론 스튜디오에 준 휘호(작곡가 김희갑 선생과 가수 장사익 선생)나 사인지(박범훈 총장 서태지와 아이들)가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놀라움에 두리번거리면 "아리랑이시지요. 이번은 어는 지역 아리랑인가요?”라며 우리를 맞이 하시는 분. 나직한 체구의 전문가 포스의 시선, 그러나 온화한 눈매의 이훈 사장님이다. 이어 작업실로 안내하여 들어가면 다소 거만하기까지 한 믹싱 전문 남성 기사와 역시 씨크한 인상의 여성 바란스 전문 기사 두 분을 소개해 준다. 이것이 그동안 2, 3년마다 만나는 진풍경이다. 녹음은 주로 훈 사장님이 직접 맡고, 부수 마이크 세팅과 체킹 등은 기사들이 완성해 준다. 믹싱과 바란스 작업은 두 전문가가 다른 일정을 잡아 수행한다. 이분들은 선율, 박자, 강약 등 미세한 부분까지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수정, 보완을 통해 완결된 음원을 내놓는다. 이런 직업상의 특성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사장님은 소리꾼과 반주자들, 그리고 함께 온 이들에게까지 부담을 갖지 않게 하는데 최대한 편안하게 배려를 해주신다. 까다로웠던 다듬이 소리가 들어가는 ‘문경새재아리랑’(송옥자 선생과 보존회원들) 음원 녹음 때도 특히 그랬다. 10명이 두드리는 다듬이 소리를 녹음하는 까다로운 작업이라 모두 긴강하고 있었는데, 훈 시장님은 하루종일 걸리는 오랜 기술적 시연을 반복하면서 원만하게 처리해 주었고, 오지에서 온 연로한 분들이 편하게 녹음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녹음실 부스에서 연행자와 각각의 악기 연주 기념사진을 찍는 번잡함도 장소 사용 등에 대해 배려를 해준다. 이러한 배려가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고의 녹음 전문 스튜디오의 명성을 갖게 한 배경일 듯싶다. 바로 이런 스튜디오에서 탄생한 음원으로 정선·대구·밀양·문경·춘천·공주·경산 등 지역 아리랑 음반이 발매되었고, 이들은 나름의 완결성와 고유성을 독자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런 지나간 시간들을 회상하며 들어선 스튜디오에서 콘설을 마주하고 있는 이를 보고 직감했다. "훈스튜디오 사장님의 아들”, 빼어 닮았다. 키도 그만하다. 자태도 그 모습이다. 이내 반가움과 편안함이 왔다. 4년여 만에 훈 사장님을 만나는 듯했다. ‘훈’ 스튜디오 자체가 아니라 그 사장님을 기억했듯이 ‘고래 사운드’가 아닌 ‘훈 사장님의 아들’인 것이 그저 너무 반가웠던 것이다. 가끔씩 손에 닿은 아리랑음반 해설에 담긴 훈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들. 이를 볼 때마다 떠올린 사장님. 분명 하늘에서도 이번 ‘이혜솔, 인생의 소리길 왕십리아리랑’ 녹음 작업을 내려다 보고 계시는 듯하다. 스튜디오를 방문한 이재옥(한연연회) 회장님, ‘정선에 가면’을 녹음한 유망한 소리꾼 곽동현, 피리와 장구 반주를 해준 두 분은 사장님에게는 낯선 분들이다. 그러나 모두 아리랑을 지극하게 생각하는 분들이니 반가워 하실 듯하다. "훈 사장님, 그립습니다. 사장님은 우리나라 역사적 음반의 존재와 함께 영원하실 것입니다. 의미가 있는 일은 누군가는 기억할 것입니다. 그 말석의 아리랑 음반들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추모의 마음, ‘이혜솔, 인생의 소리길 왕십리아리랑’에 고이 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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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자 스승 10주기 추모기념공연, 제27회 양금연주회지난 21일 양금연주회가 주최하는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제27회 양금연주회가 개최되었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그동안 양금연구회를 위하여 많은 곡을 작곡한 박경훈 작곡가의 곡 중 두 대의 양금과 18현가야금을 위한 청성곡(16회)과 양금중주곡화(23회)이다. 이번에 새로 위촉을 한 손다혜 작 곡가의 정악양금 3중주를 위한 도시를 비추는 달, 그리고 작년에 위촉초연해서 호평을 받았던 이고운 작곡가의 양금앙상블을 위한 소릿바람을 개작초연했다. 또한 여창가곡 둘째바탕 중 환계락과 편수대엽, 영 산회상 중 세령산, 상현도드리, 타령을 준비했다. 양금연구회는 서울대학교 故 선화 김정자(1942-2014)선생님의 발의에 의해 국립국악원 원로사범 故 심소 김천흥(1909-2007)선생님을 주축으로 1989년에 창단된 이후 지금까지 양금음악의 활성화를 위하여 정악과 민속음악 등 전통음악은 물론 고악보 해독작업을 통한 복원연주와 매회 저명한 작곡가에게 양금창작음 악을 위촉하여 꾸준히 연주활동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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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기학제(制) 새판소리 '마당을 나온 암탉', 내달 2일부터국내 창작동화 최초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고 프랑스, 그리스, 중국, 일본 등 세계 29개국에 번역·출판 된 황선미 원작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 지기학(소리꾼, 창극연출가, 前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 창본·작창·연출의‘새판소리’로 재탄생되어 5월 2일(목)부터 4일(토)까지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 무대에 오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2020년 ‘올해의 신작’ 전통예술 부문 선정작으로 첫 선을 보였던 <새판소리 마당을 나온 암탉>은 서울남산국악당과 공동기획으로 두 번째 소리판을 열게 되었다. '새판소리 마당을 나온 암탉'의 초연은‘제(制)와 바디 그리고 더늠에 대한 고찰’을 부제로 판소리의 전승을 연행하고, 현란한 무대 매커니즘을 거두어 내고, 1고수, 1 소리광대의 전통 소리판을 자연음향 그대로 재현하여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관객의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서연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시대의 급속한 변화로 보아, 지금에 이르러 ‘판소리 창극’만을 고집하는 것은 무리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창극 본연의 창극을 제대로 만들어 보지 못한 우리로서는, 늦었지만, 창극의 본격적인 세계를 창조하고, 아울러 창극 제대로의 묘미를 즐기기 위해 판소리 본질에 충실한 창극을 만들어내는 일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는 시대적 과업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필자는 지난 수년간 지기학의 창극을 선호하고 그의 작업을 주목해 왔다”며 지기학 창작의 현실적 의미와 가치를 언급했다. 서울남산국악당과 공동기획으로 선보이는 '지기학제(制) 새판소리 마당을 나온 암탉' 무대에는 김소진과 정승준 두 소리꾼이 올라 공연의 부제인‘나눌分 소리唱_판소리와 창극 공존의 모색’처럼, 판소리가 창극으로 도약하는 단계적 구분으로 분창(分唱)을 시도하며 소리판이 확장되어가는 과정을 악사들과 함께 선보인다. 채보와 작곡은 김백찬 작곡가가 맡았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2000년 첫 출간된 창작동화로 양계장을 탈출해 세상 밖으로 꿈을 찾아 떠난 암탉 ‘잎싹’의 용기있는 도전과 종이 다른 새끼 초록이를 향한 잎싹의 모성애 등 인간의 삶을 투영해 보여주는 진정한 자유와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은 지난 20여년간 전 세대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였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애니메이션, 연극, 국악, 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재창작 되었으며, 2008년 국립민속국악원에서 초연된 창극 '마당을 나온 암탉'에 본 작품의 창작자 지기학이 각색과 연출로 참여한 바 있다. 역사와 무용, 연극을 공부한 창극 연출가이자 소리꾼 지기학은 꾸준히 창극과 판소리 창작 작업을 병행하며 판소리(가)와 창극(가)의 공생공존을 꿈꾸게 되었고, 지난 2018년 초연된 새판소리 <빨간피터이야기>는 그 오랜 고민의 결과이자 새로운 시작이었다. ‘새판소리’는 현대문학을 판소리로 연행(演行)하기 위해 본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노래’인 판소리의 서사적 기능에 집중하여, 전통 판소리의 고어와 한자숙어 대신 어렵지 않은 우리말의 창본(唱本)으로 원작을 각색하고 이를 바탕으로 작창(作唱)하여, 서사의 가창과 독백의 재미, 현대적인 연기요소를 적절히 조화시켜 현대적인 소리판으로 구성한 것이다. 새판소리 <빨간피터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창극 <빨간피터이야기>, 새판소리 <마당을 나온 암탉>을 바탕으로 한 창극 <마당을 나온 암탉>의 탄생을 목표로 한 판소리와 창극에 대한 실험과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공연예매는 서울남산국악당 누리집과 인터파크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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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악단의 조화로운 하모니, ‘하나 되어’[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지난 4일, 국립국악원은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KBS국악관현악단,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관현악단 118명으로 구성된 연합 관현악단 무대 ‘하나되어’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 올렸다. 국악계의 화합을 상징하는 이 공연은 지난해 11월 기획된 공연으로, 세 악단이 모여 국악관현악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모였다. 이번 4월 무대는 지난 1월 31일 전북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2월 22일 서울 KBS홀에 이어 세 번째 마지막 연합 연주회로 꾸려졌다. 공연은 연주단의 특색을 담은 관현악곡 1곡과 협주곡 5곡으로 구성됐다. 지휘는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권성택 예술감독, KBS국악관현악단의 박상후 상임지휘자, 전북도립국악원의 이용탁 예술감독이 2곡씩 번갈아 맡았으며, 협연자들 역시 각 악단의 단원들이 번갈아 가며 나와 기량을 펼쳤다. 예악당 무대는 115명의 연주자로 가득 채워졌다. 첫 무대는 박범훈 작곡가의 ‘오케스트라 아시아를 위한 뱃노래’로 열렸다. 경기민요 뱃노래를 주제로 바다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분위기를 그려낸 작품으로, 풍성하고 시원시원한 타악기와 관악기 소리가 상쾌한 느낌을 선사해 주었다. 특히 많은 연주자로 이루어져 확대된 편성의 국악관현악이었기에 더욱 풍성하고 새로운 음향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깔끔하고 단정한 이용탁 지휘자의 지휘는 확실한 다이내믹과 강약이 돋보였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곡을 끌어가 편안한 감상을 선사해 주었다. 이어 황해도 철물이굿을 바탕으로 구성된 이정면 편곡의 ‘소리와 관현악을 위한 바람과 나무와 땅의 시’가 연주됐다. 박상후 지휘자의 지휘와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유지숙 예술감독,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단원인 김민경과 장효선의 협연으로 펼쳐졌다. 황해도 지역에서 봄이나 가을에 축복을 기원하기 위해 행하는 일종의 재수굿인 ‘철물이굿’을 바탕으로 구성된 곡으로, 세 소리꾼은 굿과 관련한 의복을 입고 노래했다. 유지숙 예술감독의 선창으로 시작된 이 무대는 관객들에게 덕담을 전하고 복을 기원하며 축원하는 노래로 꾸려졌다. 관현악 반주는 대중적이고 편안한 선율과 코드 진행을 활용하여 푸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그 위에 자연스럽게 얹힌 서도 소리는 경쾌하고 흥겨웠다. 서정적이고 대중적이나 뻔하지 않은 코드 진행을 이끈 베이스라인은, 발현악기의 튕기는 음으로 진행되어 독특한 느낌을 주었다. 무대 위에는 복채를 넣는 함이 있었다. 많은 관객이 무대 앞으로 나와 복을 빌고, 복채를 함에 넣은 후 흥겹게 춤추며 기뻐했다. 모두가 함께 즐기는 친숙하고 신명 나는 무대로 꾸려져 관객 친화적이고 경쾌한 느낌이 가득했다. 유지숙 감독의 재치 있는 입담과 관객과의 대화는 친숙하고 편안한 감상을 끌어냈으며, 박상후 지휘자가 품속에서 복채를 꺼내 함에 넣고, 두 손을 모아 간절히 복을 비는 모습은 기분 좋은 웃음을 자아냈다. 세 번째로 연주된 곡은 토마스 오스본(Thomas Osborn) 작곡의 ‘해금 협주곡 벌시스(Verses)’였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관현악단 수석을 맡고있는 조진용 연주자가 해금 협연을 맡았다. ‘벌시스(Verses)’는 한국의 시조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된 곡으로, 잔잔한 물결과 얼어붙고 격정적인 파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식 안에서의 물의 이미지가 그려지는 곡이다. 리듬을 다양하게 쪼개고 늘리며 매력적인 사운드를 선보인 이 곡을 통해 관현악의 색다른 느낌을 느껴볼 수 있었다. 기존 국악관현악에서 흔히 이루어지는 음색 간의 조화보다는, 지금껏 시도되지 않던 악기 간의 어우러짐, 악기들의 색다른 표현이 많이 시도되었는데, 그래서인지 더욱 현대적이고 독특했다. 해금 독주는 개방현을 다양하게 활용하여 높고 낮은 음역대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해금의 얇지만 강하고 단단한 소리가 곡을 감쌌고, 특이한 주법을 구현하거나, 기묘하고 오묘한 선율을 활용하여 아름답고 서정적인 느낌을 동시에 발산해 해금의 매력을 물씬 느끼게 해 주었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의 서정미 수석 단원이 작·편곡한 ‘관현악을 위한 3중 협주곡 무산향(舞散響)’은 원장현 대금 명인이 구성한 독주곡 ‘춤산조’를 관현악곡으로 새롭게 편곡한 곡이다. 경쾌하고 화려한 동살풀이 장단에 맞추어 관현악단과 협연자들이 맛깔스러운 민속악 느낌을 흥청스레 연주했다. 풍성한 관현악과 빌 틈 없는 독주 악기들의 깔끔한 산조 연주가 짜임새 있게 어우러져 흥겨움과 편안함을 선사해 주었다. 이어 경쾌한 굿거리 위에 정겹고 익숙한 경기제 태평소 선율이 박지중 연주자의 연주로 이어졌다. 여유로운 태평소 선율과 함께 연주된 관현악은 서정적으로, 그리고 민속악적으로 자연스레 얽혀 들어갔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장단 속에서 호탕하고 멋스러운 태평소의 기교가 돋보였다. 마지막으로 최지혜 작곡의 ‘3개의 현악기를 위한 산조 협주곡 시절풍류’가 연주되었다. 이 곡은 2022년 국립국악원 위촉 곡으로, 가야금, 거문고, 소아쟁의 산조 가락에 맞는 관현악으로 구성되었다. 국악기의 대표 현악기 세 대가 독주 악기로 연주된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뜯고 튕기는 현악기의 독특한 사운드가 ‘산조’라는 주제 안에 하나 되어 어우러져 독특하고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관현악은 대중적인 베이스 코드 진행을 활용하여 곡의 분위기를 감성적으로 끌고 가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인지 영화음악 같은 화려하고 웅장한 분위기 안에서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이미지가 그려졌다. 이 시대에 맞는, 이 시대의 풍류였다. 연합 관현악단 무대 ‘하나되어’는 세 악단이 하나로 화합하여 함께 하모니를 이루어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었다. 115명의 연주자는 서로 다른 악단 단원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완성도 높고 조화로운 무대를 만들어냈고, 세 명의 지휘자가 만들어 낸 지휘 스타일은 각기 달랐기에 더욱 흥미로웠다. 악단 연주자들과 지휘자들은 이 공연을 통해 서로 교감하며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었고, 음악적 성장 또한 이루었다고 한다. 화합하며 하나 되는 이런 무대적 기획을 통해, 국악관현악이 다방면으로 활성화되고 발전해 나갈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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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관현악단, 어린이날 노래놀이 '별별땅땅' 선보여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전속단체 국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채치성)은 어린이 음악회 노래놀이 '별별땅땅'을 25일부터 5월 5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한다. ‘어린이 공연 명가’ 국립국악관현악단이 그간의 제작 노하우를 바탕으로 4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어린이 음악회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다양한 연령대별 맞춤 공연을 제작해왔다. 특히 지난 20년간 '엄마와 함께하는 국악보따리'(2004~2011년), '땅속 두더지 두디'(2013~2015년), '아빠 사우루스'(2016~2017년), '엔통이의 동요나라 1, 2'(2018~2023년) 등 작품성과 재미를 동시에 잡은 어린이 대상 공연을 꾸준히 선보여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별별땅땅>은 팍팍한 일상에 지쳐 마음속에 반짝이던 별을 잃어버린 초등학교 2학년 ‘은우’와 가족들이 ‘깜빡 별’에서 만난 광대 ‘노니’와 어울리며 각자 내면의 별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이번 공연에서 하늘극장의 무대는 무엇으로든 변신할 수 있는 거대한 놀이터이자 꿈의 공간 ‘깜빡 별’이 된다. 무대 구조는 ‘은우’와 가족들이 노니가 함께 만들어낸 소리와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일상생활 속 다양한 소리를 활용한 신비하고 독특한 음악도 또 다른 재미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 바스락거리는 비닐 소리 등이 국립국악관현악단 14인조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와 어우러져 재치 있는 조화를 만들어낸다. 아이들은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가야금·거문고·대금 등 전통 악기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눈과 귀로 경험하며, ‘우산’ ‘구슬비’ 등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친숙한 동요도 감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은 아이들이 수동적으로 보고 듣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연의 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연이다. 아이들이 직접 공연에 사용되는 소리를 만들어 보고 무대공간을 바꾸며, 가족·친구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 이야기를 완성하는 경험도 해볼 수 있다. 팬데믹을 거치며 아이들의 놀이 활동이 디지털 미디어에 치중된 요즘, 언어·운동·정서 발달에 필요한 다양한 감각을 깨우는 기회가 될 것이다. 공연 연출은 연극 놀이 전문가로 활발히 활동 중인 양혜정이 맡았다. 1999년부터 여러 현장에서 다양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만나온 연출가다. 음악은 2023년 제42회 대한민국작곡상 대상을 받은 손다혜가 맡았다. 손다혜는 어린이 공연 '안녕, 지구' '벨벳토끼', 국립창극단 '패왕별희', 국립무용단 '설·바람' 등 다양한 작품에서 국악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작곡가다. 주인공 ‘은우’역에는 김이레·홍예지가, ‘깜빡 별’에 사는 장난꾸러기 ‘노니’ 아역에는 맹주원·채준희가 더블캐스팅 됐다. 한편, 어린이날을 맞아 5월 5일에는 어린이 관객을 위해 특별한 선물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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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관현악단의 관현악시리즈 III ‘한국의 숨결’[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지난 3월 29일,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관현악시리즈 III ‘한국의 숨결’이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펼쳐졌다. 이날 공연에서는 국내 합창음악의 선두 주자인 국립합창단과 함께 우리 전통의 정서를 담은 한국적 색채의 ‘시조 칸타타’와 장르 간 경계를 허문 현대적 색채의 ‘천년의 노래, REBIRTH’ 두 곡이 선보여졌다. KBS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 박상후 지휘로, 국립국악관현악단 72명과 국립합창단 54명, 소프라노, 테너, 정가 가객 등 130여 명이 무대를 가득 채워 웅장한 합창을 들려주었다. 1부에서는 이영조 작곡의 ‘시조 칸타타’를 소프라노 이유라, 테너 신상근, 정가 하윤주의 협연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칸타타(cantata)는 이탈리아어로 ‘노래하다’(cantare)에서 유래한 용어로, 17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유행한 기악 반주에 독창·중창·합창이 어우러진 성악곡이다. ‘시조’는 문학이자 음악의 한 갈래로, 조선 시대 유행한 시조에는 당시의 시대적인 정서와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두 장르가 결합한 ‘시조 칸타타’는 이영조가 새롭게 만든 장르로,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태어난 두 성악 장르가 조화를 이루어 각각 고유의 어법을 지닌다. 이영조 작곡가는 "한국 전통음악이라는 우리만의 진솔한 맛을 서양의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악곡 형식의 그릇으로 담아낸 곡”이라고 밝혔는데, 그 말처럼 전통적이면서도 서구적인 매력이 함께 존재하는 무대였다. ‘시조 칸타타’는 ‘자연’, ‘사랑’, ‘효’ 세 갈래로 나뉘어 구성되었다. 무대를 꽉 채운 국립국악관현악단과 국립합창단의 웅장하고 화려한 합창과 합주로 무대가 시작됐다. 합창단과 관현악단의 균형 있게 나뉜 성부가 자아내는 온전하고 편안한 화성 진행 안에 노래와 연주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관현악 연주는 전통 음악 어법이나 음계가 다양하게 활용되기보다는 서양 음악적 스케일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빠르고 화려한 패시지로 연주되기도 하고, 서정적인 화성 진행이 다양하게 활용되기도 했다. 소프라노의 고음과 대금의 청소리가 함께 연주해 질러낸 부분은 국악기와 합창의 어울림에 대해 고민한 작곡가의 섬세함이 돋보였다. 음악은 자연 안에 거하라는 주제를 가지고 경외감이 드는 웅장함을 자아냈고, 이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다룬 곡이 솔리스트들의 노래로 불렸다. ‘봄’은 웅장하면서도 힘 있는 3박으로, 한국 가곡 느낌이 나는 합창과 연주로 진행되었다. 중간중간 계면조의 꺾는음을 사용하는 등 전통 어법이 녹아든 한국적 색채가 묻어났고, 합창단의 노래는 레퀴엠(Requiem)이 연상되며 엄숙한 느낌을 주었다. 이어 해금과 아쟁, 스트링의 장난스런 활놀음으로 분위기가 밝게 전환되며 소프라노 이유라의 솔로가 얹혔다. 그는 ‘지지배배’ 등 새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며 경쾌하고 빠른 패시지로 노래해 성악의 매력을 선보였다. 대금과 소금은 마치 플루트와 피콜로의 음색을 따라 하는 듯한 표현으로 연주했고, 오페라 마술피리 중 파파게노와 파파게나의 이중창이 떠오르며 유쾌하면서도 밝은 봄의 따스함이 그려졌다. ‘여름’은 느리고 애절한 느낌 가운데 테너 신상근의 아련한 음색으로 시작됐다. 이 곡은 소리북이 곡을 이끌어가며 장단으로 박을 잡아간 것이 인상적이었다. 느린 시조를 서양 성악으로 노래하는데, 그 위에 소리북 특유의 채편 소리가 얹히니 신선하고 새로운 판소리를 듣는 듯했다. 이어 연주된 첫 번째 ‘가을’은 피리의 서정적이고 전통적인 독주로 시작하여 부드럽고 평온하게 흘러갔고, 그 위에 가객 하윤주가 ‘월정명’으로 시작하는 가사를 얹어 노래하기 시작했다. 정가 특유의 표현이 묻어나며 전통적인 느낌을 물씬 자아냈는데, 관현악 또한 흔들고 꺾어내며 힘 있는 아름다움을 나타냈다. 바로 이어진 두 번째 ‘가을’은 합창단의 남성들이 유니즌(Unison, 몇 개의 악기 혹은 오케스트라 전체가 같은 음 혹은 같은 멜로디를 연주하는 일)으로 앞서 불렸던 ‘월정명’의 가사를 받아 노래했다. 그들이 불러내는 선율은 정가의 표현을 그대로 흉내 내 꺾고, 흘리고, 시김새를 활용하여 전통적인 색채를 표현하였다. 서양 음악적인 화성 진행이 사용되고 각 성부마다의 매력을 다르게 주어 노래하니 마치 그레고리안 성가를 듣는 것처럼 엄숙하고 신성한 느낌을 주기도 했는데, 그 선율 진행은 전통 가곡다웠기에 더욱 묘하고 매력적이었다. 지조 있고 절개 있는 대나무를 표현하듯 웅장하고 화려하던 ‘겨울’은 영화음악 같기도, 현대음악 같기도 했다. 오묘하고 독특한 화성 진행은 어디로 튈지 모를 느낌을 주었고, 반음계와 다양한 텐션(Tension, 기본 화성 위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비화성음을 쌓는 것)을 활용함으로써 신비한 느낌을 주었다. 두 번째 파트 ‘사랑’은 테너 독창자가 부채를 들고 노래하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랑을 비유 대상으로 표현한 이 곡은 춘향가 중 사랑가가 연상되었는데, 테너 음색으로 판소리처럼 노래하니 더욱 색다르고 특이했다. 서양음악적인 음악 진행과 전통 음악 어법의 조화야말로 한국적 칸타타의 가장 큰 매력임이 분명했다. 마지막으로 연주된 ‘효’의 첫 번째 곡 ‘하늘 땅’은 세 명의 솔리스트(소프라노, 테너, 정가 가객)가 함께 주고받으며 노래했다. ‘효’를 주제로 한 우리 시조 안에서 서로 다른 음악적 표현과 음색이 한데 어우러지며 자연스럽게 섞여 들었다. 마지막 곡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셨으니’에서는 부모를 그리고 공경하는 마음이 합창으로 깊이 드러나, ‘효’를 중시하는 한국 문화를 예술적이고 평온하게 표현하였다. 2부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이자 석학인 이어령 선생이 조감해 온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가사와 음악으로 담아낸 ‘천년의 노래, REBIRTH’를 만날 수 있었다. 2021년 ‘천년의 노래, REBIRTH’에서 위촉 초연된 작품으로, 시대의 지성이었던 이어령 선생의 한국 문화론이 담긴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한국인의 신화’, ‘뿌리를 찾는 노래’, ‘한국인 이야기’ 등에서 발췌한 내용이 노랫말로 엮여있다. 앞서 1부에서 연주된 ‘시조 칸타타’가 고전적이고 전통적이었다면, ‘REBIRTH’는 조금 더 대중적인 표현이 가미된 느낌이었다. 우효원 작곡가는 이어령 선생의 많은 저서 속에 담긴 아름다운 우리 민족의 이야기와 깊은 성찰의 언어를 총 5개의 악장에 담아냈다. 편종과 오션드럼(Ocean Drum), 목탁, 정종 등의 특수 타악기가 자아내는 고요하고 평온한 분위기 속에 거문고를 시작으로 악기들이 점점 들어오며 발전됐다. 하나의 동일한 리듬 형태의 리프를 반복시키며 커진 음악은 평화로운 우리나라의 금수강산이 그려지는 듯했고,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전통적이고 평온하게 그려냈다. ‘흙, 바람, 눈물’과 ‘MEMENTO MORI’(죽음을 생각하라)는 웅장하고 화려했다. ‘흙, 바람, 눈물’에서 합창단이 가사의 내용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내는 다이내믹은 곡의 음악적 완성도를 높였다. 예를 들어 ‘악운’이나 ‘가난’ 같은 부정적 단어는 강렬하고 세게 질러내다가도, 내 땅이라 다짐한다는 긍정적인 가사는 간절하면서도 서정적으로 불러냈다. 감정적인 노래와 연주는 마치 뮤지컬이나 오페라 같은 하나의 극을 보는 듯 눈을 뗄 수 없었다. 이어령 선생이 자주 강조했던 ‘MEMENTO MORI’는 존 노의 테너 독창으로 함께했다. 깔끔하고 완성도 높은 다이내믹이 인상적이던 그의 음색은 죽음의 본질과 두려움을 노래하며 모두에게 다양한 생각을 안겨주었다. 성대한 합창으로 희망을 노래한 ‘노래여, 천년의 노래여’는 우리나라를 많이 아끼고 사랑하던 이어령 선생의 마음이 가사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득한 추억을 그리는 듯 고요한 소아쟁의 음색과 대중적이고 단정한 코드 진행, 풍성한 연주와 음악적 빌드업에 마음이 차올랐다. 음악의 절정에 이르러 타악기 연주자들이 사물놀이를 연상시키는 합주를 하며 우리 민족의 흥을 깨워냈고, 대금의 서정적인 아리랑 선율로 이어지며 우리 민족의 노래인 아리랑의 선율로 구성된 ‘환희의 아리랑, REBIRTH’가 연주되었다. 4중창 성악가들이 합세하여 다 함께 부르는 아리랑이 무대를 감쌌다. 각 성부의 조화가 새로 편곡된 아리랑 선율을 화려하고 아름답게 노래했고, 모두가 흥겹게 부르는 ‘판’을 만들어냈다. 한국인의 한과 흥을 물씬 느낄 수 있던 무대였다. ‘시조 칸타타’는 ‘자연’과 ‘사랑’, ‘효’를 주제로 합창과 독창, 국악관현악이 어우러지게 구성되었다. ‘천년의 노래, REBIRTH’는 한민족의 삶, 한과 흥을 다양하게 표현했다. 이 두 무대는 과거의 선조들로부터 현재의 우리, 미래의 세대가 살아갈 이 땅에서의 모든 감정과 순간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아리랑 부를 때 너와 나 되네, 쓰리랑 부를 때 우리가 되네’라는 가사처럼, 함께 살아왔고 함께 살아갈 이 땅의 우리가 더욱 지켜나가고 그려나갈 것에 대해, 그리고 국악관현악과 서양 합창이라는 새로운 형태가 보여준 ‘함께’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리 정서가 살아 숨 쉬는 동시에 서양 고전 형식이 조화롭게 그려나간 이번 무대처럼, 배려하고 사랑하며 더불어 살아갈 우리의 삶과 예술을 더욱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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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신작 '사자의 서'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무용단은 신작 '사자의 서'를 25일(목)부터 27일(토)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2023년 4월 취임한 예술감독 김종덕이 부임 후 처음 선보이는 안무작이다. 티베트의 위대한 스승 파드마삼바바가 남긴 불교 경전 '티베트 사자의 서(Tibetan Book of the Dead)'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은 망자의 시선으로 의식과 상념을 건너 고요의 바다에 이르는 여정을 춤으로 빚어내는 동시에 삶과 죽음,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인간이 죽은 뒤 사후세계에서 헤매지 않고 좋은 길로 갈 수 있게 이끌어 주는 지침서다. 삶과 죽음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대표적인 불교 경전으로 손꼽힌다. 안무를 맡은 김종덕 예술감독은 경전에서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단계로 본다는 점에 주목해 작품을 만들었다. 죽음이 삶을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이자,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통로라 보며 인간의 생애를 담담하게 관조한다. 김종덕은 "가장 적극적인 삶의 태도는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이루어지는 것 같다"라며 "미래에 대한 불안과 팍팍한 현실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작품은 죽음 후 망자가 겪는 49일의 여정을 단계적으로 보여준다. 1장 ‘의식의 바다’는 죽음을 애도하는 제의로 시작, 저승사자가 등장해 망자를 사후세계로 인도한다. 죽음의 강을 건너며 춤추는 망자의 독무와 죽음을 애도하는 살아있는 자들의 웅장한 소리가 죽음과 삶의 대비를 강렬하게 보여준다. 2장은 ‘상념의 바다’로, 망자의 지난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소년기부터 장년기까지 순차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살면서 마주한 수많은 사람과 사건의 환영에 사로잡혀 지난 삶을 붙들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다. 삶을 회상하며 겪는 기쁨과 슬픔, 회한과 체념 등 감정의 굴곡을 담은 춤은 망자의 내면세계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장례 절차 중 관의 훼손을 막기 위해 발로 흙을 밟는 회다지를 여성 군무로 재해석한 장면도 주목할 만하다. 마지막 3장 ‘고요의 바다’에서는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반복 움직임을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사후세계가 연결된다는 철학을 담아낸다. 삶에 대한 집착과 욕망을 내려놓은 망자의 절제된 표정과 과장되지 않은 움직임에 깨달음의 진리를 녹여내고, 이승에 남은 이들이 49재를 마무리하며 막을 내린다. 작품의 중심인 망자 역할은 국립무용단을 대표하는 주역 무용수 조용진과 독보적인 실력으로 무대를 장악하는 최호종이 맡았다. 죽음을 맞이한 망자는 조용진, 회상의 망자는 최호종이 연기한다. 국립무용단 50여 명 전 단원이 각자의 경험과 감정을 솔로·듀엣·군무 춤사위에 담아 강렬한 에너지를 쏟아낸다. 음악은 현대무용가이자 국립무용단 대표 레퍼토리'산조'의 음악을 작곡한 김재덕이 1·2장, 거문고 연주자이자 작곡가로 활동하는 황진아가 3장을 맡았다. 망자의 애절함과 사후세계의 신비함을 담은 음악으로 작품의 몰입을 끌어올리며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무대는 제31회 이해랑연극상을 받은 무대디자이너 이태섭이 맡았다. 무대 바닥부터 양쪽 벽까지 20미터에 달하는 삼면이 백색으로 채워지며, 장면에 따라 조각조각 나뉘고 회전하는 무대로 시공간을 초월한 신비로운 공간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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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관의 ‘국악-신반’ <20>김화복 거문고 <The odyssey for rebirth>-처음으로- 한양대학교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화복 거문고 연주자의 2번째 음반이다. 연주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이수자로 여러 교육기관에 출강하고 있다. 2021년에 전통음악 음반 김화복 거문고산조 <현금현금(現今玄琴)>을 선보이고 이번에 창작곡 음반을 출반하였다. 음반에는 5곡(17트랙)이 수록되어 있다. 첫 곡(2악장)은 연주자 작곡으로 독주곡 ‘령초’이다. 도드리 가야금 선율의 위상수학적인 분석을 AI를 적용하여 만든 곡이라고 한다. 이경은 작곡의 4악장의 ‘9-to-5’는 끊임없이 물질적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며 살아온 모습을 타악과 같이 그려내고 있고, 김명옥 작곡의 4악장 ‘빈,’은 아쟁과 2중주로, 이예진 작곡의 4악장 ‘이어짐’은 대금과 2중주로, 이상규 작곡의 3악장 ‘금향다원’은 처음으로 돌아가 지속 가능한 환경을 소중하게 지켜내겠다는 다짐을 대금 장구와 같이 표현하고 있다. 해설서에는 곡 설명이 한글과 영어로 수록되어 있고, 연주자, 작곡가, 협연 연주자 프로필이 잘 실려 있다. 연주자는 인간과 자연은 사랑하고 아껴야 하는 관계임을 인지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비워내고 있다. 정효성의 가야금 <줄 위에 머문 환상>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정효성 가야금연주자의 첫 음반이다. 연주자는 가야금앙상블 ‘사계’, 가야금솔로이스츠 ‘jul’, 아시아금교류회 등의 활동을 통해 섬세하면서 창의적인 음악으로 꾸준한 활동을 해온 연주자이다. 음반에는 다양한 편성으로 5곡(11트랙)이 수록되어 있다. 25현금과 현악4중주의 ‘줄 위에 머문 환상’(작곡:백병동), 산조가야금과 25현금의 ‘농학’(작곡:백병동), 25현금 독주의 ‘깃털의 무게’(작곡:박순아), 2대의 25현금과 Bass가야금의 ‘아르키메데스의 법칙’(작곡:안진), 17현 가야금삼중주의 ‘17현금 3중주를 위한 달하노피곰’(작곡:황병기)이다. 서양음악을 전공한 작곡가의 작품과 가야금 연주자 겸 작곡가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연주자는 "가야금이 만들어내는 음악은 과거에서 현재를 지나며 악기의 모습과 함께 점점 다양해져 왔다고 하면서 이제 전통과 창작이 공존하는 음악을 통해 연주자의 경험과 생각들이 깊이 배어나고, 오늘 안에서 함께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한다. 해설서에는 곡 설명이 잘 나와 있다. 유튜브에 음악이 트랙별로 일부가 올라가 있다. 고영열 <피아노병창 춘향> 한양대학교 국악과를 졸업한, ‘판소리계의 라이징스타'라고 부르는 고영열의 음반이다. 2020년 ’JTBC 팬텀싱어 3‘에 참가해 성악가, 뮤지컬 배우들과의 블렌딩 능력, 프로듀싱 능력 등 뛰어난 음악성을 보여주며 결승 12인에 진출했고 김바울, 존 노, 황건하와 함께 라비던스를 결성해서 준우승을 거뒀다. 최근에는 퓨전국악, 크로스오버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연하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크로스오버 음반이라는 피아노병창 <춘향>이다. 21트랙에 담은 <춘향>은 소리꾼의 새로운 해석과 작곡, 편곡으로 작업되었으며, 전통적인 북 반주가 아닌 서양악기 피아노에 전통소리를 얹어 부른다. 곡에 따라 플루트(이규재)이 첼로(김솔다니엘)가 합세하기도 한다. 전통으로 머물고 있는 ‘판소리 춘향가’가 아닌 지금도 우리 곁에 머물고 있는 ’춘향‘을 저음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해설서에는 소리꾼의 여러 사진과 가사가 수록되어 있다. "녹음을 하는 매 순간 춘향의 이름처럼, 봄날의 향기가 느껴졌습니다. 이 음반을 들으시는 모든 분들이 사시사철 춘향과 같은 향기로만 가득하시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소리들을 선물합니다.” 소리꾼의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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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국제음악제' 나래솔 "클래식 새로운 맥락에서 들어보세요"클래식 작곡가 10명의 스타일로 편곡한 생일 축하 노래, 방탄소년단 정국의 노래에 맞춰 클래식 음악을 작곡하는 법, 장난감 피아노 연주로 매긴 작곡가 순위…. 베토벤, 모차르트 등 고전 레퍼토리를 주로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계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이목을 끄는 이가 있다. 바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크리에이터인 나래솔(33·Nahre Sol)이다. 그는 유튜브에 클래식 음악을 흥미롭고 새로운 시각으로 소개하거나 피아노 연주력을 향상할 수 있는 연습법 등을 담은 콘텐츠들을 올린다. 구독자가 70만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다. 나래솔은 올해 처음으로 통영국제음악제에 참가해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그는 다음 달 6일과 7일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에서 '오픈 보더스'(Open Borders)를 주제로 공연한다. '열다'(Open)와 '경계'(Borders)라는 상충하는 듯한 개념을 결합한 이번 공연은 그동안 나래솔이 장르를 넘나들며 구축해온 음악 세계를 보여준다. 나래솔은 31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새로운 청중과 만나 내 음악을 공유할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연에서는 바흐의 음악을 재즈, 블루스로 재해석한 '라운드 어바웃 바흐', 아르헨티나 탱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퍼스트 탱고', 피아노와 전자악기를 사용한 여러 가지 양식의 즉흥연주 등을 들려준다. 나래솔은 "저는 경험과 새로운 해석을 통해 클래식 음악을 새로운 맥락에서 살펴보는 것을 좋아한다"며 "오늘날 음악가들이 장르, 문화, 시대를 넘어 무언가를 만들 수 있도록 호기심을 자극하고 마음을 여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공연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전통과 혁신의 '혼합'으로 고전과 동시대, 동양과 서양이 만나게 된다"며 "관객들은 서로 섞이지 않은 형태의 음악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나래솔의 음악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유튜브 콘텐츠에는 클래식 음악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이 넘쳐난다. 대표적으로 클래식 작곡가 10명의 스타일로 편곡한 생일 축하 노래는 나래솔이 직접 곡을 편곡하고 연주한 콘텐츠다. 바흐 버전은 교회 음악 느낌이 물씬 풍기고, 리스트 버전은 극적인 효과가 돋보이며, 드뷔시 버전은 차분하고 명상적인 분위기로 흘러간다. 영상에 대한 반응도 "편곡이 아니라 원래 작곡가들의 곡 같다", "한 학기에 배울 음악 이론을 20분 만에 마쳤다" 등 폭발적이다. 나래솔은 이런 콘텐츠를 만들게 된 배경에 대해 "음악에 대한 저의 사랑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면서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기 위한 아이디어들"이라며 "사람들에게 친숙한 선율과 오늘날의 주제를 활용해 (클래식 음악과의) 유사성이나 다채로움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콘텐츠들이 주목받으면서 나래솔은 지난해 6월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공연장 엘프 필하모니의 '상주 크리에이터'로 위촉됐다. 클래식 공연장이 작곡가, 연주자들을 상주 음악가로 두는 일은 흔하지만, '상주 크리에이터'는 클래식계에서는 낯선 영역이다. 나래솔은 상주 크리에이터가 된 데 대해 "지금까지 제가 해온 새로운 방식의 공연, 교육, 연주를 인정받는 느낌이었다"며 "굉장히 신나면서도 한편으로는 겸손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상주 크리에이터는 '음악 작업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허무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저는 음악과 예술이 살아있고, 진화하는 형태라고 믿어요. 과거의 풍부한 전통을 흡수하면서 현재의 혁신과 문화의 교류로 형태를 잡아가죠. 저는 저 자신을 그 연속체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과거의 유산과 현재의 가능성에서 영감을 받습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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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연주자 시리즈 ‘국악관현악-공존(共存)’[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지난 3월 22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서울시국악관현악단 2024 명연주자 시리즈 ‘공존(共存)’ 무대가 펼쳐졌다. ‘명연주자 시리즈’는 동시대 최정상의 연주자들을 조명하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대표 레퍼토리 공연으로, 2022년부터 시작되었다. 올해 3회차에 접어든 명연주자 시리즈는 ‘공존(共存)’을 주제로 하여 동서양의 다양한 음악적 배경과 주제가 함께 했다. 올해 선정된 명연주자는 이지영(가야금/서울대학교 교수), 양성원(첼로/연세대학교 교수), 이나래(대금/서울시국악관현악단 수석) 총 세 명이었으며, 지휘는 앙상블 밴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상욱이 맡았다. 첼리스트 양성원이 협연한 ‘첼로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미제레레(Miserere)’로 무대가 열렸다. 양성원은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관현악과 교수와 제 4대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첼리스트이다. 그는 쾌자를 연상케 하는 퓨전 정장을 입고 들어와 연주를 시작했다. 발현악기들의 피치카토(Pizzicato, 현을 손가락으로 튕기어 음을 내는 방법)를 발판 삼아 첼로의 부드럽고 서정적이면서도 힘 있는 솔로 연주가 시작되었다. ‘미제레레(Miserere)’란 아름답고 영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종교적인 단선율 성가이다. 이번에 연주된 김성기 작곡가의 ‘미제레레(Miserere)’는 라틴어 ‘미제레레(Miserere)’의 억양을 이용한 주제를 바탕으로 그의 사상과 감정을 담았다고 한다. 본래 성가곡은 반복적이며 단순하게 진행되는데, 그와 같이 이 곡에서도 ‘F, Ab, G, Eb’으로 구성된 네 개의 음과 동일한 형태의 리듬이 첼로 독주와 관현악 반주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며 그 테마를 가지고 변형, 발전됐다. 첼로는 격정적이고 열정적으로 활을 긋다가도, 여리고 부드러운 소리로 간절한 감정을 노래했다. 관현악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정도로 활용되었는데, 마이너하고 엄숙한 느낌을 주었다. 양성원 연주자가 연주하는 첼로 연주에는 강한 카리스마가 존재했다. 중후하고 우직한 저음으로 시작해 화려하고 힘 있게 달려가는 다이내믹한 연주에는 눈과 귀를 뗄 수 없는 특별함이 존재했고, 자유로우나 어딘가 종속되어 있는듯한 종교적인 느낌이 과하지 않은 진지함과 웅장함을 선보였다. 안현정 작곡가의 ‘대금 폴로네이즈를 위한 A Beautiful Life’는 17세기 폴란드의 춤곡 ‘폴로네즈’를 바탕으로 한 대금 협주곡이다. 새소리와 오션드럼(Ocean Drum)이 내는 파도 소리가 어우러지며 자연 친화적인 무대가 열렸고, 그 위에 대금 연주자 이나래가 대금으로 만들어 낸 바람 소리가 얹어졌다. 관현악은 희망을 만들어 나가는 느낌으로 하나둘 점점 커지며 웅장하게 음악을 열어냈다. 이 곡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노래하고픈 마음을 담아냈다. 어떤 부분은 밝고 긍정적으로 표현된 반면, 어떤 부분은 마이너한 진행에 반음과 계면조의 꺾는음을 활용하며 비장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카덴차(Cadenza, 악곡이 끝나기 직전에 독주자나 독창자가 연주하는, 기교적이며 화려한 부분)에서 이나래는 농음을 과하게 떨어주거나, 격정적이고 감정적인 느낌으로 연주하기도, 화려하고 빠른 패시지를 깔끔하게 선보이기도 했다. 독주 부분이 끝난 후에는 곡의 초입에 나왔던 새소리 효과와 함께 화려하고 유쾌한 폴로네즈 리듬이 밀고 당기는 리듬으로 반복되었다. 관현악과 독주 대금은 화려하고 웅장하게 곡을 끌어 나갔고, 반음 음계가 반복되며 긴장감을 주다가도 풀어지며 생동감 넘치게 무대가 마무리되었다. 세 번째 무대는 이지영 명인의 가야금 협연 무대로, 이번 공연을 위해 작곡가 김만석이 새롭게 편곡한 ‘서공철류 가야금산조 협주곡 - 心授(심수)’가 초연되었다. 이지영 명인은 곡의 초입, 다스름 연주를 통해 꿋꿋하고 장중하며, 호방하고 힘 있는 터치로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특히 굴려 내는 시김새나 진하게 떨어내는 농현을 통해 그의 음악적 깊이를 도드라지게 나타내었다. 가야금 산조가 장단 순서대로 진행되는 동안, 관현악은 악기군별로 번갈아 가며 가야금 가락을 유니즌(Unison, 몇 개의 악기 혹은 오케스트라 전체가 같은 음 혹은 같은 멜로디를 연주하는 일)으로 연주하거나, 대선율(어떤 선율 성부에 대위(對位)하는 다른 성부)로 받아 곡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장단이 빠르게 진행될수록 이지영 명인의 섬세하고 유려하며, 힘 있는 연주는 더욱 빛을 발했다. 특히 휘모리장단에서 그가 보여준 깔끔함과 다이내믹한 조화로운 연주는 큰 감동을 전해주었다. 관현악 반주는 대중적이고 서정적인 코드나 베이스 하행 진행 등을 활용하여 화성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었다. 음악적으로 풍성함을 만들어 낸 것은 좋았으나, 관현악에 모든 소리가 집중되다 보니 중심이 되어 흘러가는 가야금 산조의 민속적인 색채가 묻히고 돋보이지 못하기도 해 아쉬움이 남았다. 관현악과 독주 악기 간 조화로움을 꾀어 균형 있게 만들어 냈다면 더욱 민속적이며 신선한 무대가 되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연주력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던 관현악곡 ‘메나리 토리에 의한 국악관현악- 감정의 집’이 연주되었다. 최지혜 작곡가의 작품 ‘감정의 집’은 한국의 크고 작은 강이 갖는 생명력과 정화의 이미지를 서사적으로 펼쳐낸 곡이다. 이미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대표 국악관현악 곡이기에 더욱 기대하는 마음으로 관람하였다. 무대는 ‘라솔미-’하고 흘러내리는 메나리토리의 대표 어법을 모든 악기가 함께 연주하며 웅장하게 열렸다. 이 곡은 악기군별로 갖고 있는 특징과 매력을 잘 드러내고, 음악의 기승전결과 구성이 뚜렷하여 완성도가 높았다. 악기 단독으로 연주하기도 하고, 두세 종류의 악기가 하나의 군으로 묶여 균형 있는 조화를 선보이기도 했다. 곡은 크게 두 악장으로 나눌 수 있었는데, 빠른 패시지에 오묘하고 익살스러운 테마 악장은 ‘3+3+2’ 소박이나 장단을 중심에 두고, 거문고와 아쟁이 저음부에서 반음이 반복되는 리프를 연주했다. 그리고 그 위에 악기들이 번갈아 가며 주제 테마를 연주하고 점점 발전돼 갔다. 악기 고유의 특징적인 음색이 도드라졌고, 농현이나 농음, 시김새 등이 짙게 표현되어 전통적이며 예술적인 느낌을 주었다. 생황과 소금이 중심이 되어 연주된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또 다른 악장은 마치 영화음악 같았다. 대피리 등 저음 악기가 다양하게 활용되며 음향적으로 풍성했고, 화성적으로 대중적인 코드 진행이 사용된 동시에 선율은 메나리토리 어법과 시김새를 다양하게 활용하여 현대적이고 전통적인 색채를 드러냈다. 꽃밭에서 뛰어노는 듯한 이미지가 그려지며 모두를 추억에 젖게 만든, 아름다운 무대였다. 동서양의 다양한 음악적 배경과 주제가 함께한 이번 공연에서는, 동시대 최정상의 음악가들과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조화로운 연주와 함께 음악적 몰입감을 느껴볼 수 있었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보여 줄 다음 명연주자 시리즈를 기대하며, 국악관현악의 발전을 더욱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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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극 ‘두아-유월의 눈’[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지난 12일부터 22일, 국립정동극장은 대표 기획공연 사업 ’창작ing’의 두 번째 작품, 소리극 ‘두아:유월의 눈’을 무대에 올렸다. ‘두아:유월의 눈’은 13세기 중국을 대표하는 고전인 관한경의 『두아원』을 판소리의 상상력과 연극의 놀이성을 결합하여 소리극으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채노파에게 맡겨진 주인공 ‘두아’가 겪는 삶과 운명, 그리고 비극적인 결말을 그려냈다. 이 작품은 국악 뮤지컬, 낭독극, 라디오드라마 등 전통예술에 현대적 감각을 더한 창작물들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판소리 단체 ‘타루’가 개발했고, 서정완 연출이 연출을, 김한솔 작가가 각색으로 참여했다. ‘두아:유월의 눈’은 2022년 영등포아트홀에서 첫 공연을 올렸다. 이번에 2024년 국립정동극장 세실에 다시 오르며, 무대와 음악은 다양하게 변화했다. 소리꾼들이 유랑극단의 광대처럼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의 개성을 더욱 강조해서 드러낼 수 있도록 무대디자인의 구성 변화가 있었고, 작곡가 손다혜가 이번 공연부터 새롭게 합류하며 기존 3명의 연주자가 4명으로 늘어나 풍성한 연주를 선보였다. 무대는 아치형으로 둥그렇게 만들어져, 그 안에는 커다란 둥근 달처럼 보이는 조형물이 무대 중앙 뒤편에 놓여있었다. 음악 반주를 맡은 악사들은 양옆으로 나뉘어 자리했고, ‘타루극장’이라는 푯말을 걸어둠으로써 이 무대가 연극판이라는 것을 드러냈다. 이윽고 공연을 끌어 나갈 소리꾼들이 각자 북과 소고, 징 등 타악기를 들고 무대로 나와 악기를 치며 공연이 어떻게 펼쳐질지 비나리 형태로 노래했다. 비나리 장단 안에서 한 명이 소리하면 뒤에서 타악기 반주로 받아주는 방식을 사용했고, 그 후 한 명씩 각자가 맡은 역할을 소개하는 주제 노래를 부르며 경쾌하게 무대를 열었다. 그리고 신명 나는 노래가 끝나는 동시에, 악기가 그 끝을 물고 들어가 서정적이고 으슥한 분위기로 본격적인 무대를 열었다. 배우들은 유랑극단원들로, 각각 배역을 맡아 공연하는 컨셉으로 무대가 진행되었다. 그들은 본인 파트를 연기할 때가 아니면 원형 무대에 둘러앉아 다른 배우들이 소리하고 연기하는 걸 보고, 추임새를 하거나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무대를 둘러싸 악단과 배우들이 둘러싸도록 배치한 건 굿판을 따라 한 방식이라고 한다. 공연의 시작부터 끝까지, 배우들은 옹기종기 둘러앉아 동료 배우의 연기와 소리를 응원해 주고, 공감하며 집중했다. 그 장면은 마치 소리판에 민중들이 둥그렇게 모여 함께 웃고, 함께 울며 흥과 한을 공유하는 정겨운 모습처럼 그려졌다. 비록 중국 고전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전통 예술을 기반으로 무대를 끌어가는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6월, 두아가 억울하게 형장으로 끌려가는 내용으로 막이 열렸다. 결말을 먼저 보여줌으로써 이 이야기가 결국 비극을 향해 달려갈 것이라는 걸 암시하는 장면이었다. 어두운 내용이지만, 전체적으로 이야기는 유쾌하고 쉽게 그려져 나갔다. 연극배우들이 연기 하는 설정이라 그런지 빠른 전개로 진행되고 늘어지지 않아 집중력 있게 무대를 감상할 수 있었다. 감상 포인트 중 하나는, 각 배우들이 맡은 역할의 독특한 특징이 도드라졌던 것이다. 다리 한 쪽이 불편한 채노파는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과장된 몸짓으로 걸어 다녔고, 욕심 많고 아들에게 꼼짝 못 하는 장려아 아비는 과하게 높고 얇은 음색의 뒤집어지는 목소리를 내 불편한 느낌을 주었다. 어린이극을 자주 올리는 타루답게, 보고 듣는 연극적 요소에 신경 써 남녀노소 모두가 편안하고 즐겁게 관람할 수 있게끔 하였다. 무대의 연출 기법을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는 것도 관람 포인트 중 하나였다. 두아의 억울한 죽음으로 인해 유월에 눈이 내리는 장면은 부채로 눈꽃을 날리듯 표현하였고, 그 눈을 빗자루로 쓸어 치웠다. 죽음으로 향하는 자들은 모두 무대 뒤 달처럼 동그란 조형물이 빨갛게 변할 때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볼거리와 들을 거리가 풍성한 완전한 ‘극’이었다. 원작 작가 관한경은 『두아원』을 통해 당시 여성들의 억울한 처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두아를 그 누구도 도와주거나 편 들어주지 않았다. 이에 각색을 맡은 김한솔은, 두아가 너무나 가여워 두아에게 단 한 명이라도 연대할 수 있는 사람을 주고자 채노파 캐릭터를 원작과는 조금 다르게 가져왔다고 한다. 둘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그 어떤 가족보다도 끈끈하게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간다. 두아는 채노파가 고문받는 것을 지켜볼 수 없어 거짓을 고해 죽었고, 채노파는 두아가 죽은 뒤 하루도 빠짐없이 제사를 지내주며 그리워한다. 이렇게 누군가가 나를 위하는 마음으로 지켜주고 울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세상을 살아갈 힘을 준다는 걸 그려낸 따스한 연출이었다. 이 공연은 소리극인 만큼, 연기와 함께 ‘소리’로 이루어진 장면이 많았다. ‘타루’는 공동 작창을 통해 소리꾼들과 함께 극본을 분석하고, 작품 속 소리의 흐름을 논의해 나간다. 이들이 만들어 낸 창작 소리는 일반적으로 불리는 다른 작창 기법과는 조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들은 기존 판소리가 지니고 있는 고정적인 길에 가사를 붙이는 형식으로 만들기보다, 가사 전달에 더 큰 의미를 두어 작창하였다.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더 잘 전달하는 데에 힘을 쏟았고, 그러다 보니 노래하듯, 혹은 시를 읊듯 소리를 하여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이고 극적이었다. 타루가 만들어 낸 소리에는, 독자적이고 독특한 흐름과 색채가 확실하게 존재했고, 그 소리의 이면을 통해 다양한 생각거리와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장단은 소리꾼들이 노는 ‘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고, 악기들은 대부분 장단에 맞추어 음악을 진행해 나갔다. 엇박으로 이루어진 긴 프레이즈의 굿 장단에 맞추어 피아노와 기타가 리듬꼴을 연주한 부분은 우리 장단을 다양하게 표현하고자 한 음악적 연출이 도드라졌다. 피아노와 기타는 적재적소의 장면에 등장해 극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장려아가 음식에 독을 타는 장면에서는 피아노가 마이너(Minor)한 화성으로 스타카토(staccato, 음을 하나하나 짧게 끊어서 연주하는 연주법)를 활용해 장난스러우면서도 기묘하고 음산한 느낌을 주었고, 두아와 채노파가 슬픈 마음으로 함께 노래할 때는 피아노와 기타가 서정적인 선율을 연주해 감정적으로 몰입하게끔 해 주었다. 그 외에도 두아가 억울하게 곤장 맞는 장면은 악기 ‘박’으로 표현한다거나, 도올이 등장할 때는 ‘나발’을 불고, 두아의 죽음 이후 두천장이 부임해 오는 장면은 ‘나발’을 부는 등 특수 국악기를 다양하게 활용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결국 두천장은 두아가 죽어서야 딸을 만날 수 있었다. 원작에서는 억울함을 하늘에 얘기하는 것이 두아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지만, 무대에서는 결국 두천장이 두아를 도와 그 억울함을 풀어주었다. 원작 『두아원』이 쓰인 지 900년이 지난 지금,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세상에는 부조리함과 슬픔이 만연하다. 역사는 돌고 돌며, 사회적 약자들의 눈물은 끊이지 않는 것만 같다. 하지만 우리는 세상의 수많은 두아를 위해 손 내밀 수 있는 연대의 힘을 믿는다. 소리꾼은 공연의 끝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 뒤 이야기 뉘 알소냐. 이 세상에선 다른 결말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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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브런치 콘서트 '정오의 음악회'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겸 단장 채치성)은 국악 브런치 콘서트 '정오의 음악회'를 4월 11일(목) 오전 11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2009년 시작한 국립극장 대표 상설 공연으로 아나운서 이금희가 특유의 정감 있는 해설로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지휘에는 국립국악관현악단 신임 부지휘자 최동호가 나선다. 공연의 첫 순서인 ‘정오의 3분’에서는 젊은 작곡가들에게 3분 내외 짧은 관현악곡을 위촉해 선보인 ‘3분 관현악’ 시리즈 작품을 소개한다. 4월 선보이는 작품은 채지혜 작곡가의 ‘감정의 바다’로, 시시각각 변모하는 바다를 보며 느낀 감정의 변화를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한 곡이다. 망망대해를 헤쳐 나가는 배의 모습을 태평소의 호방한 선율과 타악기의 생동감 넘치는 리듬으로 표현해 희망의 기운을 전한다. ‘정오의 협연’에서는 국립창극단 간판스타 유태평양이 무대에 올라 판소리 수궁가 중 ‘좌우나졸’(작곡 최지혜)을 국악관현악 연주와 함께 노래한다. 용왕 앞에서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온갖 핑계를 대는 토끼의 재기가 돋보이는 대목으로,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사운드가 극적 긴장감을 더한다. ‘정오의 여행’은 국악관현악으로 재해석한 여러 나라의 전통음악이나 민요를 이국적 풍경 영상과 함께 감상하는 순서다. 4월에는 대중에게 잘 알려진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의 ‘볼레로(Boléro)’를 국악관현악으로 편곡한 ‘볼레로 K(Bolero K)’(편곡 원일)와 함께 스페인으로 떠난다. ‘볼레로’는 스페인 춤곡으로 광고·영화 속에 자주 사용되어 대중에게 친숙한 곡이다. 국악 장단을 활용해 재탄생한 ‘볼레로 K’를 들으며 정열과 낭만의 나라 스페인을 만나본다. 여러 장르의 스타와 국악관현악이 만나는 ‘정오의 스타’는 한국 포크 음악을 대표하는 가수 박학기가 함께한다. 감미로운 미성과 서정적인 가사로 1990년대 포크 음악 열풍을 이끈 박학기는 자신의 대표곡 ‘향기로운 추억’ ‘아직 내 가슴속엔 니가 살아’ ‘아름다운 세상’을 국악관현악 연주에 맞춰 들려준다. 마지막은 국악관현악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정오의 관현악’이 장식한다. 한국 전통음악의 새로운 어법을 두드린다는 의미의 작품 ‘노크(Knock)’(작곡 김백찬)를 선보인다. 장단의 다채로움이 극대화된 환상곡 형식의 작품으로 국악 음계의 색채, 고유의 호흡과 리듬감을 느낄 수 있다. 정오의 음악회 6편을 모두 관람한 관객에게 소정의 기념품을 제공하는 ‘정오의 도장깨기’ 이벤트를 진행한다. 출출해질 시간인 오전 11시, 공연을 관람한 모든 관객에게는 음료와 사회적 기업에서 만든 맛있는 간식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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